[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3월의 주제는 ‘정직’]<48>제값 주고 ‘착한 다운로드’를
서 씨는 초범이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동시에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민사 소송을 하겠다며 100만 원에 원작자와 합의하자는 연락도 받았다. 취업준비생인 그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 더욱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그로서는 혹시 취업에 문제가 될까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읍소한 끝에 합의금은 50만 원으로 줄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시험에선 결국 낙방했다.
불법 다운로드는 전 국민의 3분의 1이 이용해 봤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만연해 있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음악, 영화, 방송, 출판, 게임 등 5개 분야 콘텐츠의 온라인 불법 복제물 유통량은 2013년 기준 21억655만 개에 이른다. 2012년 18억4188만 개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콘텐츠 이용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최근 법원이 웹하드에 영화 ‘초능력자’ 등을 불법 업로드한 누리꾼 63명에게 영화사에 20만∼1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영화사가 받은 배상금은 3480만 원에 불과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김찬동 법제연구팀장은 “저작권법은 1986년 제정된 이래 큰 변화가 없어 온라인의 급격한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 처벌 기준과 관계없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콘텐츠 이용은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법 다운로드는 더 나아가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파괴한다. 국내 게임개발사 ‘손노리’는 2001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6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컴퓨터 게임 ‘화이트데이’를 내놨다. 그러나 출시와 동시에 불법 복제판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초기 판매량이 3000여 장에 불과할 때, 불법 다운로드는 15만 건으로 추산됐다. 손노리 이원술 대표는 인터넷에 이런 내용의 호소문까지 올렸다.
“구걸한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살 가치가 없다면 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살 가치가 없다면 하지도 마십시오. 제작자들이 노력한 만큼 최소한의 결과라도 얻게 해주고 싶습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