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드라마 ‘사쿠라신주’의 여주인공 유민. 구글 이미지
그중 한국 누리꾼 사이에서 ‘일본 막장드라마의 대표주자’로 회자되는 드라마가 바로 2011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 ‘사쿠라 신주(心中·동반자살, 운명을 함께한다는 뜻)’다. 한국에서 활동했던 일본 배우 유민이 주연이다.
고아 사쿠라코(유민)는 어린 시절 자신을 벚꽃의 현신이라 착각한 한 양조장 주인의 양녀로 들어간다. 꽃처럼 아름답게 큰 사쿠라코는 의붓아버지와 의붓오빠의 은밀한 애정공세를 받는다. 하지만 사쿠라코는 벚꽃 흩날리던 날 만난 양조장 일꾼 히로토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가 10회 정도의 줄거리다. 사쿠라코는 드라마에서 세 번 결혼한다. 구시야마 집안의 아들→첫 남편의 아버지, 즉 시아버지→친남매인 히로토다. 총 63부작 동안 드라마는 사쿠라코가 히로토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사쿠라와 첫 번째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들, 즉 사쿠라코의 의붓아들 간의 사랑까지 그린다.
근친, 불륜, 출생의 비밀, 거기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 같은 황당한 전개까지 한국의 막장 드라마와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옛 양조장 풍경을 묘사하는 것도 한국 무속신앙이 자주 등장하는 ‘임성한표 드라마’나 한복집을 배경으로 한 ‘왔다, 장보리!’를 연상시킨다.
다만 ‘막드’가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히루메로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시청률 하락 때문이라는데 한국의 막드가 일본에 꾸준히 수출되는 걸 보면 수요는 여전히 있는 듯하다. 히루메로의 자리를 한국 드라마가 대체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인 셈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