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P 올라 6개월만에 최고
17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자 코스피가 2% 이상 급등하며 6개월 만에 2,020 선을 돌파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현실로 나타나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한국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2일에 코스피는 미국 달러 강세의 영향과 선물, 옵션 동시 만기일 등이 겹쳐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금리 인하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달러 강세도 주춤해지면서 주식시장이 상승 엔진을 단 모습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5000여억 원어치를 대거 사들인 데다 기관투자가도 14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9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경기 부양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건설 증권 은행 등 이른바 ‘금리 인하 트로이카주(株)’가 3∼5%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1년 4개월여 만에 장중 150만 원을 뚫었으며 현대·기아자동차 등도 3% 안팎 오르는 등 수출 대형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김재홍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외국인들이 평가하는 한국 경제의 불안 요소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유럽의 양적완화가 시행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늘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로 국내 투자자금도 증시로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 금리 불확실성 해소돼야 박스권 돌파”
하지만 코스피가 3년 넘게 이어온 답답한 박스권을 뚫기엔 아직 힘이 달린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증시가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와 환율 움직임 등 외부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날도 간밤에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된 점이 국내 증시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탰다.
시장의 관심은 17, 18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전에 인내심을 발휘하겠다’는 표현을 삭제할지에 쏠려 있다. ‘인내심’이라는 표현이 사라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머잖아 금리 인상에 착수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까지는 인상한다, 하지 않는다는 전망에 따라 국내 증시도 오르내릴 것”이라며 “이런 점이 해소되는 3분기(7∼9월)가 돼야 국내 증시도 박스권을 뚫고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