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거리만큼 요금 인하해야”… 광주시-전남도, 정부에 강력요청 전북도의회는 시승행사 불참키로
다음 달 2일 개통하는 호남선 고속철도(KTX)가 개통을 코앞에 두고 요금과 속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쟁점은 세 가지다. km당 운행요금이 경부선보다 비싸다는 것과 운행속도가 당초 코레일 발표보다 느리다는 것. 여기에 호남고속철 분기점이 결정될 당시 정부가 노선 우회로 운행거리가 늘어나도 추가요금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확약한 것으로 밝혀져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반실 성인 기준 서울 용산∼광주송정(303.8km) 구간은 4만6800원으로 서울∼동대구(293.1km·4만2500원)보다 4300원 비싸다. km당 평균운임도 용산∼광주송정은 154원이고 서울∼동대구는 145원으로 호남선이 9원 비싸다. 코레일 측의 해명은 이렇다. 고속철도 요금체계는 고속선과 기존선의 이원체계로 돼 있다. 고속열차가 다니는 구간도 수도권과 대전 대구 등 도심을 지나는 일부 구간은 기존 선로를 이용하고 있다. 용산∼광주송정 구간은 고속선과 일반선이 각각 279.1km, 24.7km이며 서울∼동대구 구간은 고속선 223.6km, 일반선 69.5km다. 경부선은 기존선 구간이 많아 고속철 구간이 많은 호남선보다 요금이 싸다는 것이다. 경부고속철도 대전 대구 도심 구간(약 45km)에 고속선이 건설되면 자연히 요금도 올라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코레일 측은 그동안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90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용산∼익산도 66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실제 소요시간은 용산∼광주송정 구간이 최소 93분에서 최대 124분까지 걸린다. 정차역 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최단시간 도착은 단 1곳에서만 정차할 경우이고 실제 이처럼 운행되는 열차는 하루 단 1회뿐이다.
호남선 KTX 총 운행편수 48편(주말 기준) 중 93분에 돌파하는 편수는 오후 9시 20분에 출발하는 상행선 단 1편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충북 오송과 공주, 전북 익산 등 중간 정차역을 거치며 상하행선 평균 소요시간은 107분이 걸린다.
호남선 분기역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밝힌 정부 당국자의 약속도 논란을 빚고 있다. 당초 호남고속철 분기역은 서울에서 호남으로 오는 최단거리에 호남 주민들이 요구한 천안아산역으로 결정되는 듯하다가 충북 주민들의 KTX 수혜지역 확대 논리 등으로 충북 오송역으로 우회하도록 변경됐다. 당시 최인기 민주당 의원이 국회 질의를 통해 “호남고속철의 분기역이 천안아산역이 아닌 오송으로 결정되면 거리가 19km 늘어나 호남 주민들의 요금 부담이 왕복 4400원 증가한다”고 지적하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답변에서 “거리가 늘어난 것에 대한 추가요금 부담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측은 요금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도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전북도의회 김광수 의장과 상임위원장단은 19일로 예정된 KTX 시승식 행사에 불참하기로 17일 의견을 모았다. 전북도의원들은 이날 익산역에서 전주시, 익산시의원들과 함께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요금 인하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23일에는 광주시의회 전남도의회 의원들과 함께 국토부와 코레일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당초 19일 전북도 간부와 도의원들이 참석하는 시승행사가 익산역과 오송역 사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최근 성명에서 “철도 건설비용을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2005년 약속처럼 분기역 변경에 따라 늘어난 요금만큼을 정부에서 부담하는 것이 50년간 소외를 받아온 호남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했다.
정승호 shjung@donga.com·김광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