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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찰, 도로는 정말 안전합니까?

입력 | 2015-03-18 06:40:00

경찰청이 발간한 2014년 도로교통안전백서에 따르면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험료 발생을 기반으로 한 보험사의 통계는 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교통 및 운전교육 전문가들은 2011년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아일보DB


■ 경찰청 도로교통안전백서의 허와 실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 사고 줄었다” 홍보
보험사 집계론 사고 건수·부상자 수 급증
전문가들 “운전교육 부실화가 원인” 지적


A씨는 최근 교통사고를 겪었다. 골목에서 빠져나와 대로에서 좌회전을 하려는 순간 미처 A씨의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 다른 차량이 직진을 하는 바람에 충돌이 발생했다. A씨는 신고를 했고, 곧이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인명피해가 경미하니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라”고 툭 던지고는 사라졌다. 잠시 후 보험회사 직원이 현장에 나와 사고처리를 했다. A씨의 경우는 교통사고일까 아닐까.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A씨의 사고는 교통사고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사고 처리를 하지 않아 사고로 집계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A씨는 경찰에 신고라도 했지만, 사실 교통사고 발생시 도로교통법상 신고의 의무는 없다. 현장조치 의무만 있을 뿐이다. 경미한 교통사고의 경우 대부분 뒤처리는 보험회사의 몫이다.

경찰청은 교통사고 통계 등을 수록한 ‘도로교통안전백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14년도 도로교통안전백서에 따르면, 2013년 교통사고 부상자 수는 32만8711명이다. 이는 2012년 34만4565명보다 줄어든 수치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경찰청은 “교통사고가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교통사고는 줄어든 것일까. 줄어든 숫자에 맹점은 없을까.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합데이터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교통사고 부상자수는 178만2594명이다. 경찰청 발표보다 무려 5.4배나 많은 수치다.


●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교통 및 운전면허 관련 전문가들은 2011년 6월 자동차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교통사고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찰청이 아닌 보험사가 집계한 자료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사 자료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보험료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신뢰할만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자동차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원년인 2011년 교통사고 발생건수 22만1711건(부상자수 34만1391명)에서 2012년 22만3656건(34만4565명)으로 늘었으나, 2013년에는 21만5354건(32만8711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집계는 다르다. 보험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89만7271건(143만4786명)에서 2012년 113만3145건(177만7604명)으로 교통사고가 급증했다. 2013년에는 111만9280건으로 줄었으나 오히려 교통사고 부상자 수는 178만2594명으로 증가했다.

보험사와 경찰청의 집계는 2007∼2013년의 경우 평균 4.5배(부상자 수 4.6배)나 차이가 난다. 2013년 한 해만 놓고 보면 보험사 집계가 경찰청보다 발생건수는 5.2배, 부상자 수는 5.4배나 많다.

그렇다면 보험사의 집계가 과장된 자료일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실제 교통사고 발생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경미한 사고의 경우 보험사에조차 연락하지 않고 운전자끼리 합의해 처리하는 건수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전 미숙자들이 사고를 내기 쉬운 아파트 단지 내, 대형마트 주차장, 학교 구내 등 도로 이외의 교통사고는 경찰교통사고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도로 위의 ‘폭탄’들

교통사고 급증의 근저에는 ‘원숭이도 딸 수 있다’는 자동차운전면허시험제도의 기형적 탁류가 흐르고 있다. 기존 25시간이던 학과교육은 2010년 5시간으로 축소됐고, 20시간이던 장내 기능교육 이수시간은 2011년 6월부터 2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평가항목도 11가지에서 2가지로 축소됐다. 기존에 운전면허시험 응시자들이 경험한 S자, T자 코스항목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안전벨트를 매고 방향지시등, 전조등을 켤 줄 알면 1차 통과, 50미터 차로를 직진할 수 있으면 2차도 통과다.

현재 도로를 달리고 있는 도로주행시험 차량 또는 교육차량은 이런 간단한 테스트를 거치고 곧바로 도로로 나온 차량이라고 보면 된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제대로 구별해 밟을 줄 모르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도로 위의 ‘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재는 더 있다. 아직 경찰청에서도 보험사에서도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잠재적 사고유발자’들이다. 경찰청, 보험사의 통계는 운전면허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는 전혀 운전을 하지 않고 있는 ‘장롱면허’도 있다. 여러 사정상 운전을 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면허증을 보관만 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장롱면허 소지자는 국내 800만 명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의 조사결과(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도 있다. 운전면허기능시험 강화 찬반 설문에서 67.8%가 ‘쉬운 면허시험이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이므로 (시험강화에) 찬성’이라고 응답했다. 국민 대다수가 현행 운전면허시험제도의 문제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은 “교통사고가 줄고 있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지난해 전 경찰청장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운전면허시험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제 와서는 “개선의 명분이 미약하다”며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운전교육은 ‘생명교육’이지만 국내에서는 그저 ‘2시간짜리 기능교육’일 뿐인 듯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로 위에는 ‘50미터 직진’밖에 할 줄 모르는 폭탄차량들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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