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위원장 기자간담회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앞으로 추진할 금융개혁의 방향과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6일 취임한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규제를 위한 규제’, ‘현장과 유리(遊離)된 규제’를 대폭 정비하겠다며 부실채권 등 건전성 규제를 그 사례로 언급했다. 다 큰 대학생 자녀의 리포트를 부모가 검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듯이 이미 금융사들이 마땅히 잘 지키는, 또는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는 규제는 적극적으로 발굴해 꽉 막힌 금융산업의 숨통을 틔워 주겠다는 뜻이다.
○ “LTV 등 부동산 대출규제 그대로 둘 것”
하지만 임 위원장은 “LTV·DTI 규제는 작년 8월에 완화돼 좀 더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당분간 바꿀 생각은 없다”며 “그보다 금융사가 스스로 대출받는 사람의 상환 능력을 잘 판단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금융 건전성 훼손을 막기 위해 당국이 금융회사의 대출한도를 일일이 규제하고 있지만, 대출이 떼일 가능성을 판단하고 책임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금융사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수수료와 금리, 배당 등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금융사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며 “다만 금융상품 간 비교 공시가 가능해지고 (금융사들의 가격 결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편도 예고했다. 그는 “(옛 재정경제부의) 증권제도과장만 3년을 했을 정도로 내 경력 중 가장 오래한 분야가 자본시장”이라면서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거래소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연기금 운영에는 국내 금융사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연기금 자산은 1263조 원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31%에 이른다.
○ “매주 현장을 누빌 것”
인터넷전문은행은 당초 계획대로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금산분리 원칙의 보완 등을 거쳐 6월까지 도입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서는 “신속히 추진하겠지만 시한을 설정하지는 않겠다”며 “매각 방안을 공론화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의 유능한 파트너이자 동반자”라며 “두 기관이 결연히 한 몸이 돼 금융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