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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7년 만에 돌아오다

입력 | 2015-03-18 03:00:00

새 앨범 ‘로스트 앤드 파운드’ 출시




7년 만의 신작 ‘로스트 앤드 파운드’를 발표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왼쪽부터 헤수스 라모스, 이브라힘 페레르, 오를란도 로페스. 씨앤엘 뮤직 제공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대중음악사의 가장 괴이한 장면 중 하나다.

1996년 3월 쿠바 수도 아바나의 작은 스튜디오 ‘에그렘’에 음악인 20명이 모인다. 60∼80대 노인이 주축. 그 가운덴 진즉에 은퇴하고 구두닦이로 용돈벌이나 하던 이브라힘 페레르(메인 보컬·1927∼2005)도 있었다. 친구의 부름에 얼결에 합류한 이가 다수. 오합지졸 같던 이들이 단 6일 만에 녹음한 앨범은 조용히 세상에 나온다.

1930, 40년대 아바나의 동명 사교클럽에서 유행한 손(Son), 볼레로, 살사를 왕년의 고수들이 재현한 이 앨범 ‘부에나…’(1997년)는 700만 장 넘게 팔려나가고 이후 월드뮤직 붐을 이끌었다. 열기는 빔 벤더스 연출의 동명 다큐멘터리 영화(1999년·국내 개봉 2001년)로 번졌다. 뽕짝 닮은 질박함과 샹송 같은 우아함을 겸비한 노래에 한국인들도 움직였다. 2001년 내한공연은 매진됐다. 그간 주축 멤버 페레르, 콤파이 세군도(기타, 보컬·1907∼2003), 루벤 곤살레스(피아노·1919∼2003)가 고인이 됐다. 1998년 실황을 담은 두 번째 음반 ‘앳 카네기 홀’(2008년)이 그들의 마지막인 듯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돌아온다. 7년 만의 신작 ‘로스트 앤드 파운드’(사진)가 23일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된다. 1996년∼2000년대 초 스튜디오나 무대 위에서 녹음됐지만 발표되지 않은 열네 곡이 담겼다. 본보가 미리 입수해 들어봤다. 전작들과 겹치는 노래는 없지만 흘려들을 곡 역시 없는 수작이다.

아바나의 저녁놀은 2000년 실황을 담은 첫 곡 ‘브루카 마니과(Bruca Manigua)’부터 다시 타오른다. 생전 페레르의 춤사위가 객석의 환호, 관악단과 타악기의 출렁이는 리듬 사이로 가물거린다. 1997년 히트곡 ‘찬찬’은 엘리아데스 오초아(69·기타, 보컬), 세군도, 페레르가 1996년 에그렘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마쿠사’(QR코드)의 열정적인 손으로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보라스 데 오로’는 곤살레스의 불꽃같은 피아노 솔로가 담긴 마지막 녹음. 헤수스 라모스(64)의 트럼본이 그와 벌이는 솔로 경합이 아찔하다.

아바나를 관통하는 알멘다레스 강의 물살은 두 개의 연주곡에 한 개의 노래가 이어지는 5∼7번 트랙에서 굽이친다. 베이스와 콩가의 별난 2인무가 붉은 인장을 찍는 ‘블랙 치킨 37’, 마누엘 미라발(82)의 아련한 트럼펫이 이국의 여인에게 가장 낭만적인 고백의 꽃다발을 선사하는 ‘아바네라’, 그리고 마침내 페레르가 부르는 1950년대 볼레로 명곡 ‘코모 푸에’…. 노인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여울지는 빅밴드의 금빛 물결 위로 유유히 노를 젓는다.

페레르, 라모스, 미라발, 오를란도 로페스(베이스·1933∼2009)의 포화가 빅밴드 연주에 겹쳐 폐장 불꽃놀이처럼 쏟아지는 정력적 살사 ‘마미 메 구스토’, 곤살레스의 1분 54초짜리 피아노 독주곡 ‘코모 시엔테 요’까지 듣고 나면 검은 뒷모습들이 보인다. 인생의 끝에 문득 다시 찾아온 불꽃을 남김없이 태우고 사라진, 아름답고 처연한 황혼이었다.

음반은 31일 국내에 출시된다. 교보문고 알라딘 등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현재 구매 예약을 받고 있다. 라모스, 오마라 포르투온도(85·보컬)가 참여하는 ‘오르케스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고별 순회공연이 내년까지 오세아니아, 유럽, 미주에서 이어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