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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비리 덩어리 들어내야”… 反부패 전쟁에 힘실어

입력 | 2015-03-18 03:00:00

[전방위 司正정국]국무회의서 고강도 개혁 주문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국방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회에 만연된 이런(부정부패)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를 살려냈다 하더라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이완구 국무총리발(發) 사정 정국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 ‘사정 한파’ 어디까지 확산되나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방산 비리를 예로 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사리사욕을 채우려 한 범죄” “국가경제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께서 추진하고 있는 부패 청산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국민과 나라경제를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반드시 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비리 덩어리’ 척결을 선언하면서 ‘사정 한파’는 더욱 거세게 몰아칠 분위기다. 이미 검찰은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 SK건설 고발 요청, 동국제강 내사 등 몰아치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정치적 고려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검찰 내부의 항명 파동,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태 등을,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부정부패 수사를 할 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진태 검찰총장 체제 2년 차에 접어든 올해 검찰 내부가 안정되면서 지금까지 축적된 기업 관련 비리를 꺼내들었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과 이 총리가 집권 3년 차 개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패 척결’을 들고 나오면서 검찰로서는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얘기다.

○ 내년 총선 염두에 뒀나

사정 정국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활성화 기조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 포스코만 하더라도 이달 초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사우디 국민차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자금 수사의 1차 타깃이 되면서 국민차 사업에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현 사정 정국을 두고 김영삼(YS) 정권 집권 3년 차인 1995년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천억 원대 비자금이 드러나자 YS는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강조하며 고강도 사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치러진 이듬해 총선에서 YS의 신한국당은 139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다. 특히 당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여당이 야당을 제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집권 4년 차에 총선을 치른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와 김영삼 정부는 국정시간표가 같다. 여권 관계자는 “김영삼 정부 당시 국정 장악력이 약해지는 집권 3년 차에 사정 정국을 조성해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총선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봤다”며 “당시와 현 상황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3, 4월 중 개혁 성과 내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당분간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점도 올해 분명한 성과를 거둬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3, 4월 중 4대 개혁(공공 노동 금융 교육)의 큰 축인 공공 부문(공무원연금)과 노동시장 개혁이 첫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다른 개혁과제들도 잘 풀려나갈 수 있다”며 “지금 어렵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지만 대충 넘어간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최근 공공 아이핀 해킹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전산망 장애 등 사이버 안전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사이버보안 대책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장관 7명에게 즉석에서 중동 순방 성과와 관련해 후속 조치를 질문해 장관들이 진땀을 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평소 핸드백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하는 것과 달리 이날 서류가방을 들고 왔다”며 “3기 내각 인선이 마무리된 만큼 업무 다잡기에 들어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최우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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