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잔가지를 손작두로 잘게 잘라내어 상지차 재료를 만들고 있는 필자.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농부들은 연신 꿈을 꾼다. 올해는 어디에 무엇을 심을까. 꿈꾸는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전원생활 6년 차인 필자와 아내도 대강의 올해 농사계획(밭 면적 4798m²·1451평)을 세웠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식량작물의 재배 규모는 줄이고 고추 마늘 콩 들깨 등 자급품목을 더 늘리기로 했다.
특히 욕심을 내는 것은 과일이다. 양지바른 산비탈에 과일나무를 심어 꽃도 보고 과일도 자급하게 되면 얼마나 좋은가. 지난해 오디 포도 블루베리 대추 보리수 열매를 얻었지만 오디와 포도를 제외하면 겨우 맛만 보았을 뿐이다.
필자의 농사 목표는 건강한 친환경 먹거리 생산이다. 비록 유기농법과 자연농법을 오가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건강’과 ‘친환경’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귀농하는 이든, 귀촌하는 이든 자급 먹거리는 꼭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재배해 볼 것을 권한다.
매년 한 해의 영농계획을 세운 다음 조금 귀찮더라도 그 과정을 일일이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영농일지는 초보 농부에게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준다.
한두 해 농사를 지어 보면 토질이나 물 사정, 일조량의 차이에 따라 자신의 농지에 적합한 작물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또 작물별로 전년도 씨앗·모종 가격을 참고하고 파종기와 수확기, 거름 줄 때와 솎아내기를 해야 할 때를 미리 알 수 있다. 수확량과 소득을 연도별로 비교해 보면 더 나은 농사를 짓는 데도 도움이 된다.
농사를 지어 보니 실패에서 얻는 교훈도 있다. 필자는 지난해 이런저런 바쁜 일을 핑계대고 물주기와 풀 작업 등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농부의 의무를 다소 게을리했다. 작물이 아닌 나에게 농사를 맞추다 보니 작물의 성장 시기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지 못한 것이다. 초보 농부들은 “농사 잘 짓는 농부치고 게으른 자 없다”라는 말을 명심하자.
3월의 자연은 우리에게 건강 선물을 하나둘 안겨주니 고맙다. 그중 하나는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고 봄철 밥상에 오르는 영양만점의 향긋한 냉이다. 이웃집 어르신은 “예부터 겨울을 난 냉이를 세 번만 먹으면 보약 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들려주신다.
약간 달짝지근한 고로쇠 수액을 비롯해 다래, 자작나무 수액도 3월의 산골에서 맛볼 수 있는 자연의 맛이다. 건강에 좋은 상지차(뽕나무 가지 차)와 생강나무차도 빼놓을 수 없다. 상지차 재료는 3월에 싹이 트기 전에 잔가지를 잘라 만든다.
아내는 최근 된장을 담그면서 뽕나무 가지를 함께 넣어 ‘뽕나무 된장’을 만들어 보았다. 실험적인 먹거리를 만드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3월 중·하순이 되면 산과 들에는 이외에도 각종 건강 먹거리가 넘쳐난다. 이름 모를 풀들이 경쟁하듯 돋아나고 쑥 달래 원추리 돌나물 미나리 등 들나물 뜯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것 또한 자연이 지어주는 농사다.
봄기운 완연한 3월은 전원에서의 인생 2막을 꿈꾸는 수많은 도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귀농·귀촌의 길을 모색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들 가운데 가급적 많은 이들이 실제 자연의 품에 안겨 그 리듬에 귀 기울이며 사는 즐거움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