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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영어지문 그대로 출제 없애고 고난도 문제로 상위권 변별력 높여

입력 | 2015-03-18 03:00:00

2016년 수능 2015년보다 어려워진다… 교육부, 물수능 개선시안 마련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수능의 출제오류와 ‘물수능’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난도를 올리는 등 변별력을 높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들을 살펴봤다.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작년에 비해 만점자 비율이 줄고 변별력이 높아지는 등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수능 영어 과목은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는 현 출제 방식이 개선되며, 문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출제 과정에서 검토 기능이 강화된다.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수능 출제 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 시안’(개선안)을 발표했다.

○ 고난도 문항으로 변별력 높아질 듯

이번 개선안은 지난 수능에서 2년 연속 출제 오류가 발생하고,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아 ‘물수능’ 논란이 일자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능개선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능의 대입전형 요소로서의 성격을 고려해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영역별 만점자가 과도하게 발생해 실력이 아닌 실수 여부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능이 다소 어려워지고 상위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고난도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난해 만점자 비율이 높았던 수학 B형과 영어의 난도가 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도 수능으로 역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재수생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난이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영역별로 2, 3문항은 어렵게 해야 시험에 신뢰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권 대진고 교사는 “쉬운 수능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엇박자를 내는 정책이 나오면 현장은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 영어과목 수능-EBS 연계 방식 바뀐다

수능과 EBS 교재의 연계율은 2017학년도까지 70%로 유지된다. 하지만 수능개선위는 영어 과목의 EBS 연계 방식을 바꾸기 위한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는 EBS 교재의 영어 지문이 수능에 그대로 실리면서 학생들이 영어가 아니라 지문 번역본을 외워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EBS 교재 지문의 한국어 번역본만 외워도 풀 수 있는 유형의 문항에서는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 3안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참석자 다수가 이 방안을 지지했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는 “한국어 번역본만 외워도 되는 현재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3안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1안은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는 문항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2안은 수험생들에게 너무 급격한 변화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3안으로 영어 과목의 출제 방식이 바뀌게 되면 학생들이 체감하는 EBS 교재 연계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지문을 외우는 공부에서 독해 실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 출제 오류 방지책 효과는 의문


지금까지 출제 오류를 막기 위한 검토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교사 위주로 구성된 검토위원 의견이 교수 위주인 출제위원의 권위에 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수능개선위는 출제위원단에서 독립된 검토위원단을 구성하고 검토위원장을 출제위원장 수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상호 수평적 위치에서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검토위원단이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는데도 수정되지 않은 문항은 아예 출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출제 기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는 출제 기간을 늘리고 출제 인원도 보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오류를 방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2004년에 출제 오류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의견이 상충될 경우 출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검토위원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또 탐구영역의 출제 기간을 단 이틀 늘리는 것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해 수능은 출제 과정에서 6번이나 검토를 했지만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검토 횟수보다는 근본적인 검토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능 출제진이 교수 중심이라 학교 현장을 잘 모르고 특정 대학 출신이 많아 출제 및 검토 과정에서 학연이 작용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이번 개선안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출제 과정을 대학 중심에서 학교 중심으로 바꿔 교사 출제·검토위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본질적으로 합숙 출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baron@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