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막판까지 박빙승부… 네타냐후, 여론조사서 근소한 열세 강경 외교노선에 국민들 피로감… 야권, 경제이슈로 표심 파고들어
이번 총선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다. 대부분 현지 언론은 그의 고전을 예상하고 있다. 하아레츠 등 현지 언론은 “굳건하던 네타냐후의 위상이 위태롭다”며 “민생을 등한시하고 지나치게 강경한 외교노선을 고집한 그에게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상으로도 네타냐후 총리가 약간 불리하다. 13일 마지막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오니스트연합이 전체 120석 중 24∼2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리쿠드당(20∼22석)을 앞질렀다. 지난해 연정을 구성했다가 결별한 예시아티드당과 아랍계 정당연합인 조인트리스트는 각각 13석과 14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 전문가들은 중도 좌파 성향의 시오니스트연합보다는 보수 성향의 리쿠드당이 연정 구성에서 다소 유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우파 성향 정당이 5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돼 좌파 성향 정당의 43석을 크게 앞섰다. 영국 BBC는 “리쿠드당이 총선에서 1위 정당이 되지 못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지적했다. 리쿠드당이 군소 정당과 손잡고 61석을 넘기면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할 수 있다. 리쿠드당은 2009년 총선에서도 우파동맹과 연정을 구성해 집권에 성공했다.
다급해진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막판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쟁점화했다. 그는 총선 하루 전인 16일 이스라엘 뉴스사이트 ‘nrg’와의 인터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팔레스타인이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격 선언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비무장화를 통해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힌 자신의 2009년 연설을 뒤집은 것으로 보수 성향의 표심을 리쿠드당으로 결집시키기 위해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팔레스타인 측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긴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을 계획이다.
외신들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안보 카드’로 상황을 돌파해온 네타냐후의 전략이 이번엔 먹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경제난과 끊이지 않는 외부 갈등에 지친 국민들이 안정된 경제와 민생정책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BBC는 “총선을 앞두고 미 의회연설을 강행해 ‘강한 이스라엘’의 면모를 부각한 게 큰 실책이었다. 이로 인해 살인 물가에 화난 국민들이 완전히 멀어졌다”고 전했다. CNN은 네타냐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이 진행하는 핵협상이 중동지역 정세 불안을 부채질한다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시오니스트연합은 외교 문제보다는 국내 이슈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 집권 이후 이스라엘 주택가격은 55%가 뛰었고 국민의 41%가 빚에 허덕이는 것을 비난하며 안보에 치중한 예산을 주택 교육 의료 복지 등으로 돌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외교 분야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회복,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 진행 등 온건책을 제시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