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정책사회부장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전체적인 취지와 방향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과의 괴리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이 같은 교과과정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제대로 연계될 수 있는가” “수능이라는 현실이 버티고 있는데 학교에서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재미있고 흥미롭게 가르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풀이 위주의 수능 입시가 바뀌지 않는 한 공염불에 불과할 것”과 같은 의견들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이를 평가해 학교성적에 반영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어떻게 과정을 평가한다는 것인가” “변별력이 중요한데 과정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것인지”와 같은 의견들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입시 현실 속에서 쉬운 수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놓고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학교에서의 수학수업이 전적으로 수능과 연계돼야 하는 것인가, 수능과 연결되지 않으면 학교에서 불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학교수업이 수능 대학입시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이라고 해서 당연한 것일 수는 없다. 학교수업은 성적이나 수능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과정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질지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좋게 말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방식에 대한 요구이지만, 그 이면에 우리 아이 손해 보지 않을까란 생각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평가는 학교와 교사에게 믿고 맡기면 안 되는 것인지.
대부분의 학생에게 수학은 어렵다. 그렇다 보니 특히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수학은 남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중요한 과목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선 꼭 통과해야 할 관문 같은 것이다. 이를 위해 중학교 무렵부터 사설학원에 의존하는 아이가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열의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고생스러워도 학원을 다니며 문제를 풀고 선행학습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 처한 아이들은 끝내 수학 포기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경제력 탓, 제도 탓만 할 수는 없다. 본인 탓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수학 포기자를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그건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다.
지난해 전국 일반계고 1학년의 경우, 수학 학업성취도 평균 50점 이하인 학교가 전체의 48.1%였다. 이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수학이 좌절의 계기 또는 상처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 교육부의 안은 분명 보완 개선돼야 하지만 수학을 보는 우리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수학은 수능 과목이기에 앞서 학교 교과목이다, 성적과 순위를 가리는 수단으로만 봐선 안 된다. 수학수업은 수학 포기자도 함께하는 공존(共存)의 과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