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컬렉션’에 패션매니아 총출동
언제부턴가 파리 패션위크는 패션쇼가 주인공인지 쇼장 밖 ‘스트리트’가 주인공인지 모를 지경이 됐다. 그만큼 패션피플들의 ‘리얼 룩’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미러렌즈 선글라스에 하늘색 파스텔톤 미니백을 든 여성의 사진을 보고 많은 이들은 ‘미러 선글라스, 파스텔톤, 미니백’과 같은 트렌드 키워드를 읽어낸다.
패션이 본격적으로 산업화됐던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코코 샤넬과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여성복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곳. 1950년대 이브 생 로랑과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위브르드 지방시가 신나게 옷을 만든 곳. 1980,90년대를 풍미한 카를 라거펠트와 존 갈리아노, 마크 제이콥스에 이어 21세기 알렉산더 퀸, 니콜라 게스키에르, 라프 시몬스, 피비 파일로, 리카르도 티시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온 곳 역시 파리다.
오랜 시간 트렌드의 중심이었던 파리는 앞으로도 ‘천혜의 패션 도시’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남성과 여성 ‘레디 투 웨어(기성복)’ 컬렉션을 비롯해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컬렉션 등 패션과 관련된 행사가 연중 계속해서 열린다. 가장 규모가 큰 여성복 레디 투 웨어는 뉴욕에서 시작해 런던, 밀라노를 거쳐 파리에서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
10여 년 전부터 파리에서 스트리트 패션 촬영을 해온 작가 정기범 씨는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이렇게까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블로거들 때문에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다”며 “유명 모델, 스타일리스트, 에디터들과의 일대일 촬영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많은 포토그래퍼들이 ‘거리 패션’에 주목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그 사진들에 열광하는 걸까.
글: 신동선 / 사진: 파리=정기범 <파리에서 만난 패션 피플의 리얼웨이 룩 333> 공동저자 / 정리: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