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노후 자금 만들기
작년 열린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역주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김범준 책임연구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기준금리 1% 시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추세가 장기화된 것은 물론이고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의 방증이기도하다.
한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으며 성장률 또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국가와 개인에게 모두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초저금리 시대에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명료하다. 은퇴 전에는 차곡차곡 모아야하고, 은퇴 후에는 그 돈을 전략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소득을 급격히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에 비해 지출을 줄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먼저 실생활에서 줄일 수 있는 소비를 찾아 줄여야 한다. 커피를 하루 한 잔 줄이고, 자가용 출퇴근을 일주일에 절반으로 줄이고, 통신비 같은 지출을 줄인다면 한 달에 대략 20만 원을 모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절약한 돈을 매달 이른바 ‘노다지 통장’에 투자하는 것이다. 노다지는 ‘노후를 다시 시작하는 지금’이라는 뜻이다. 통장에 이 이름을 붙이고 스스로를 강제하는 방법을 써야 돈을 모으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모으면 1년에 240만 원, 20년이면 4800만 원 이상이 쌓여 노후 준비금이 된다. 커피 한 잔의 절약이 노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연금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기존 연금의 수령 기간을 조절해 은퇴 이후에 실제 소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100세시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소비 금액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고정적으로 받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소비가 많은 60, 70대에 집중적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소비가 줄어드는 80, 90대에 받을 연금을 미리 당겨서 받으면 60, 70대의 부족한 노후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이렇게 디자인한 연금에 매달 절약해 만들어 놓은 ‘노다지 통장’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노다지 통장’은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금리 1% 시대’는 투자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위험이 없는 ‘원금보장형 상품’에서 이제 수익률 중심의 ‘금융투자 상품’으로 운용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금리가 1%일 때 자산을 2배로 불리는 데는 69년이 걸리지만 금리가 4%인 경우에는 17.7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연 1%대 금리의 예·적금을 운용하는 것으로는 노후 준비금을 불리는 데 역부족이다.
노후 준비는 단기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로 하는 마라톤과 같다. 예·적금과 같은 저금리 상품에 치중하는 것은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예비 은퇴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금리 1% 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하자. 사소한 것부터 줄이고 전략적으로 연금을 디자인하면 된다. 또 원금 보장형 상품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면 된다. 그래야 안락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