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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셰프 가니에르, 그도 “맛없다” 불평하는 손님 만나면…

입력 | 2015-03-18 14:23:00


17일 폐막한 ‘2015 아트 바젤 홍콩’ 후원사인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만찬장에서 “조금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를 이번 아트페어에 초청했다”며 그를 소개했다. 프랑스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65). 올 초 프랑스 요리전문지 ‘르 셰프’가 레스토랑평가서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별 2개 이상을 받은 각국 요리사 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고 셰프들이 뽑은 최고 셰프’로 선정된 인물이다.

아트페어 기간 중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내 가니에르의 레스토랑은 이우환(한국), 사이 톰블리(미국), 시그마 폴케(폴란드) 등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9가지 새 메뉴를 제공했다. 간결미의 한 정점을 보여주는 이우환의 ‘대화’(2011년) 연작 곁에, 가공의 흔적을 최소화하고 재료의 나신(裸身)을 정갈하게 드러낸 요리가 놓였다. 작품은 레스토랑 곳곳과 아트 바젤 홍콩 주행사장인 컨벤션전시센터 vip라운지에 걸렸다. 라운지에서 가니에르와 마주앉아 ‘세계 최고의 셰프가 도모한 미술관 옆 식도락’에 대해 물었다.

“요리사에게는, 나에게는, 오직 나만의 우주가 있다. 거기서 빚는 어떤 요리도 특정 대상을 번역한 산물일 수 없다. 아무리 강렬한 인상의 예술품일지라도 그것 하나가 새로운 요리의 모티브로 작용하진 못한다. 하지만 예술을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하는 작업이라 기대 이상 흥분되고 즐거웠다. 각 나라 예술가들의 작품에 드러난 영감을 내가 경험한 그 나라 자연환경에 대한 기억과 겹쳐 되새겼다.”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늘 상대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누구도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없다. 그건 그냥 말일 뿐이다. 내 요리를 높이 평가해주는 데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 허나 그 평가는 어쩌면 좋은 관계맺음 덕에 얻은 보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만 20년 전쯤엔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재정적으로 곤란한 처지를 겪었다. 나는 유행을 따르거나 선도하는 요리사가 아니다. 일관된, 어찌 보면 단조롭다 여겨질 레시피를 쌓아 왔다. 굳이 남다른 점을 꼽는다면 모든 접시에 먹는 이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고픈 열망을 담아내는 것 정도일 거다. 나를 두고 ‘예술가인 척 한다’ 비아냥거리는 이도 있다. 상관없다. 마음속에서 ‘나는 남들과 다르다’ 확신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맛없다”고 불평하는 손님을 최근 만난 적이 있나.


“물론 있지 그럼. 명성은 명성일 뿐이다. 요리든 작품이든 그걸 좋아하고 말고는 경험하는 개개인에 달렸다. 지금 당신 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라. 어떤가? vip라운지에 걸릴 정도니 분명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비싼 작품일 거다. 그런데 내 눈엔 별로다. 이따가 사진을 찍는다면 저것 말고 다른 그림 앞에서 찍자.”

―당신이 만들어 내놓은 음식을 누군가 싫어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단 건가.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건 전혀, 절대 그렇지 않다. 만족 못한 손님이 한 사람이라도 보이면 안절부절 못한다.”

―쉴 때 미술관에 자주 가는 편인가.

“미술 애호가는 아니다. 그저 자유롭게 예술을 즐기고 싶다. 톰블리, 잭슨 폴록, 니콜라 드 스탈, 로베르 들로네를 좋아한다. 요즘 각광받는 제프 쿤스나 데미안 허스트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 한국 순수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국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매우 독특한 문화현상을 구축한 콘텐트라고 생각한다.”

홍콩=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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