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클래식 미디엄 백. 사진=김현수 기자
이번에 가격이 인하된 제품은 샤넬의 대표 가방 제품인 ‘11.12(클래식)백’ ‘2.55백’ ‘보이샤넬 백’ 등 세 가지다. 11.12백 미디엄 사이즈의 한국 가격은 기존 643만 원에서 538만 원으로 내려갔다.
샤넬은 내달 8일부터 유럽의 가방 판매가격은 올리고, 중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의 가방 값은 내린다. 이는 샤넬이 그간 고수해온 ‘국가별 가격 정책’을 버리고 ‘글로벌 가격 일치화(하모나이제이션)’ 전략으로 돌아선 것을 뜻한다. 샤넬은 연말까지 가방 이외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조정할 예정이다.
명품업계의 리더 격인 샤넬이 처음으로 가격인하와 글로벌 가격 조정을 감행함에 따라 다른 명품 및 수입 소비재 기업들도 줄줄이 가격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 된다. 전문가들은 샤넬의 유례없는 가격 조정 배경에는 최근 소비재 기업들이 고민하는 3가지 경제 키워드가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글로벌 환율 불안이다. 지난해 초 1유로당 1500원에 육박했던 유로화 가치는 최근 1190원 선으로 떨어지면서 달러(1130 원)와 엇비슷해졌다. 이에 따라 유럽과 한국의 샤넬 제품 가격차는 40~50%까지 벌어졌다.
두 번째 키워드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샤넬을 포함한 주요 명품 기업들은 현재 선진국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정작 중국 현지 매장은 한산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유럽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지 못하는 아시아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에 눈길을 돌린 것도 명품 기업들에게는 골칫거리다. 최근에는 직접구매(직구)는 물론이고 대신 물건을 사주는 구매대행 시장도 성업 중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샤넬 구매대행’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샤넬백, 에르메스백을 대신 사다주겠다’는 블로그만 수십 개가 넘게 검색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