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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핀테크 육성? ‘하는 척’ 공무원만 늘었죠”

입력 | 2015-03-19 03:00:00

박소영 핀테크포럼의장 쓴소리




“모든 관계 공무원들이 핀테크 육성에 힘을 쏟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는 척 공무원’만 늘어났을 뿐입니다.”

국내 최대 핀테크 기업 모임 한국핀테크포럼의 초대 의장인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45·사진)가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작심하고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해 11월 28일 출범한 한국핀테크포럼에서 의장으로 100일 이상 활동한 뒤 느껴온 실망이 큰 터였다.

박 의장은 1998년 지급결제대행업체 페이게이트를 창업해 17년 동안 이끌어 오고 있는 국내 최장수 핀테크 기업의 대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를 ‘한국 핀테크 산업의 산증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 의장은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무원들은 ‘도긴개긴’”이라면서 “달라진 것은 대통령의 관심이 커졌다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다보니 공무원들은 부지런히 토론회나 간담회를 열고 있지만 모두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쇼’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이 박 의장이 밝힌 이유다.

그는 “포럼 의장으로 선출된 후 최소 10차례 이상 행사에 참석해 의견을 냈지만, 이후 그 의견이 수용됐는지 여부나 진척 상황을 알려주는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음 토론회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 10차례 똑같은 의견을 낸 것이다.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가 비슷한 주제로 토론회와 간담회를 여는 것도 ‘비효율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지금은 한국 경제금융사에서 중대 변환기”라며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인데 우리는 여전히 ‘핀테크 쇄국’으로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말기 쇄국정책이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것처럼, ‘핀테크 쇄국’은 한국의 추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더이상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중국 결제업체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도 말했다. 과거 롯데면세점 등 한정된 지역에서만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었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서울 명동과 동대문에서도 스마트폰의 알리페이 바코드를 이용해 모든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알리페이 사용에 따른 구매수수료는 당연히 중국으로 넘어간다. 재주는 곰(한국 상인)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중국)이 먹는다는 속담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 의장은 “현장 공무원들이 1주일이고 보름이고 날을 새워가면서 규제를 풀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1, 2시간 간담회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국 핀테크와 한국 경제는 동반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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