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핀테크포럼의장 쓴소리
국내 최대 핀테크 기업 모임 한국핀테크포럼의 초대 의장인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45·사진)가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작심하고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해 11월 28일 출범한 한국핀테크포럼에서 의장으로 100일 이상 활동한 뒤 느껴온 실망이 큰 터였다.
박 의장은 1998년 지급결제대행업체 페이게이트를 창업해 17년 동안 이끌어 오고 있는 국내 최장수 핀테크 기업의 대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를 ‘한국 핀테크 산업의 산증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포럼 의장으로 선출된 후 최소 10차례 이상 행사에 참석해 의견을 냈지만, 이후 그 의견이 수용됐는지 여부나 진척 상황을 알려주는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음 토론회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 10차례 똑같은 의견을 낸 것이다.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가 비슷한 주제로 토론회와 간담회를 여는 것도 ‘비효율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지금은 한국 경제금융사에서 중대 변환기”라며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인데 우리는 여전히 ‘핀테크 쇄국’으로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말기 쇄국정책이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것처럼, ‘핀테크 쇄국’은 한국의 추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더이상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중국 결제업체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도 말했다. 과거 롯데면세점 등 한정된 지역에서만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었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서울 명동과 동대문에서도 스마트폰의 알리페이 바코드를 이용해 모든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알리페이 사용에 따른 구매수수료는 당연히 중국으로 넘어간다. 재주는 곰(한국 상인)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중국)이 먹는다는 속담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