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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규제… 교도소 담장위 걷는 ‘한국 핀테크’

입력 | 2015-03-19 03:00:00

개인간 외화송금-대출 불법논란




서울에 사는 기러기 아빠 A 씨는 미국에 유학 중인 자녀 B에게 생활비 113만 원을 보내려 한다. 미국에서 일하는 C 씨는 한국에 있는 어머니 D에게 용돈 1000달러를 보내고 싶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정도이므로 113만 원과 1000달러는 똑같은 가치다. 그러므로 한국에 있는 A 씨가 D에게 한국에서 113만 원을 주고, 미국에서는 C 씨가 B에게 1000달러를 주면 모두가 원하는 거래가 이뤄진다. A 씨와 C 씨 둘 다 환전할 필요가 없고 은행을 통해 송금할 필요도 없다. 그만큼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국내 핀테크 기업인 토마토솔루션이 내놓은 ‘트랜스퍼’는 이렇게 외화 송금을 원하는 이들을 짝지어 주는 ‘P2P(Peer-to-Peer) 외화 송금’ 서비스다. 영국의 대표적 핀테크 기업인 트랜스퍼와이즈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트랜스퍼의 서비스는 한국에서 불법이다. 환전과 송금 허가를 받은 은행을 거치지 않은 ‘환치기’이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술이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기존 규제의 틀에서는 불법인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규제를 마구잡이로 풀어서는 안 되겠지만 새로운 금융 거래 흐름에 맞게 낡은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 한국에선 ‘불법’인 핀테크 기술들

트랜스퍼와 같은 P2P 외화 송금 서비스는 환전, 송금 수수료를 이중으로 물지 않아도 돼 이용자에게 유리하다. 트랜스퍼는 송금액의 1%를 수수료로 받는다. 은행에 가서 환전을 해 송금할 때 드는 수수료(송금액의 5∼6%)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P2P 외화 송금은 외국에서는 각광받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 당국 “규제 무작정 풀수는 없어… 고민” ▼

일부 핀테크 불법논란


영국 트랜스퍼와이즈는 하루 평균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 원)의 거래를 중개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된다. 외국환거래법 제9조에 따르면 트랜스퍼처럼 외국환 중개업무를 하려면 자본과 시설, 전문인력을 갖춰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돈을 주고받는 환치기의 경우 탈세와 돈세탁의 수단으로 사용돼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토마토솔루션은 자금 세탁이나 탈세 등에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200만 원 이하의 소액 송금만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이것도 불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3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불법이라 그대로 서비스를 강행해도 될지 고민 중”이라며 “아예 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간 돈 거래를 중개하는 P2P 대출도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금융감독원은 2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P2P 대출업체인 ‘8퍼센트’에 폐쇄조치를 내렸다. 8퍼센트의 서비스는 금융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대출받는 구조다. 중개기관을 통하지 않으니 저렴한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어 미국, 유럽 등에서는 활성화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유사수신 행위’를 할 수 없어 법에 위반된다. 폐쇄조치 후 8퍼센트는 대부업 등록을 하고 시범서비스 형태로 사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8퍼센트 투자자들까지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불법의 소지는 남아 있다.

○ 금융당국은 부작용 우려

금융당국은 고민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핀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강조하는 마당에 ‘규제가 핀테크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규제를 풀 경우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P2P 대출의 경우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줘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원금 손실 위험이나 투자 수익률 등에 대한 과장·허위 광고를 하지 않는지 감시할 방법도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핀테크 서비스를 못하게 막는 비합리적인 규제는 풀어야 하겠지만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기는 일을 방관할 수 없어 어떤 규제를 얼마나 풀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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