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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 정비 끝난 4大 금융그룹, 리딩뱅크 경쟁 점화

입력 | 2015-03-19 03:00:00

회장-행장 인사바람 일단락




최근 한 행사에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만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미안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지난해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 리딩뱅크(선도은행) 탈환에 나선 KB금융 안팎에서 ‘신한 따라잡기’ ‘신한 타도’라는 구호가 연일 흘러나온 데 대해 한 회장에게 양해를 구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 회장은 “괜찮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회장이 “그저 열심히 경쟁하면 되지 ‘타도’같이 거친 말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나중에 한마디했다는 얘기가 회장 주변에서 나온다.

18일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취임으로 국내 주요 은행들의 경영진 교체가 일단락됐다. 지난해 윤종규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취임했고 지난달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으며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선임됐다. 신임 행장 및 회장 모두 은행 현장을 꿰뚫고 있는 실력파들로 이제 금융권의 본격적인 ‘정면승부’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1위 탈환에 나선 KB금융이다. 국민은행은 2007년만 해도 은행권에서 사상 최대인 2조80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경영진의 내분과 각종 금융사고로 이미지는 실추됐고 KB금융의 순이익은 지난해 1조400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 기준 1위인 신한금융(2조811억 원)에 6000억 원 이상 뒤처진 수치다.

2002∼2004년 국민은행 부행장, 2010∼2013년 KB금융지주 부사장을 맡았던 윤 회장은 그동안 영광을 되찾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윤 회장은 일단 강하게 ‘영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464억 원으로 신한은행(1조736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2월 말 기준 1조8846억 원으로 증가해 신한은행(2조1189억 원), 우리은행(1조9981억 원)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을 지냈던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소 부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161개에 이르는 시중은행 최대 영업망을 가진 국민은행의 강점을 고려했을 때 당기순이익 회복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쉽게 ‘리딩뱅크’의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해 순이익 ‘2조 클럽’도 탈환한 만큼 앞으로도 한동우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1위 수성 전략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조 행장은 18일 취임 간담회에서 “각 은행이 전열을 정비하고 나서면서 영업현장의 경쟁이 심상치 않다”라면서도 “흔들림 없는 리딩뱅크의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도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대로 리딩뱅크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도 만만치 않은 승부욕을 나타내며 올해 자산 15조 원 증대를 목표치로 내세운 상황이다.

때마침 주거래 은행을 쉽게 갈아탈 수 있는 계좌 이동제가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은행권의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계좌이동제가 9월부터 시행되면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다. 고객을 빼앗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쟁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열을 가다듬은 4대 주요 은행이 올 한 해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여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