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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할머니들의 일터 ‘인제 할매밥상’을 아시나요

입력 | 2015-03-19 03:00:00

국비 등 지원받아 2015년 9월 문열어… 어르신 12명 2개조로 나눠 근무
“할머니 손맛-정성 느껴져 좋다”… 평일 70∼80명 손님들로 북적




강원 인제군 인제읍 ‘할매밥상과 부침개’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이 주방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식당은 할머니 12명의 일터로 6명이 평일 5일씩 격주로 근무하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16일 낮 12시경 강원 인제군 인제읍 비봉로의 한 식당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90여 m2, 40석 규모의 식당은 빈자리가 생기기 무섭게 다른 손님으로 채워졌다. 이곳은 60, 70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할매밥상과 부침개’.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 식당은 할머니들이 만든 맛있는 음식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할매밥상은 인제군노인회 소속 인제시니어클럽이 국비 2000만 원과 군비 1500만 원 등 3500만 원을 지원받아 개업했다.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으로 2012년 9월 문을 연 ‘할매국시집’에 이은 두 번째 시장진입형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이 식당에서는 할머니 12명이 2개조로 나눠 근무하고 있다.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식당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 반까지지만 음식을 준비하고 뒷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은 6명씩 한 조를 이뤄 평일 5일씩 격주로 근무한다. 근무량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고령의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할머니들의 만족도는 최고다. 할머니들은 정부 보조금 12만 원에 식당 수익금을 보태 30만∼4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수익이 많으면 월급도 늘어나는 구조다.

개업 멤버인 안옥여 할머니(68)는 “일하는 것이 너무너무 재미있다. 손님들이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면 보람도 크다. 월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손주들 용돈도 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소홍 할머니(68)도 “식당 일은 처음이지만 또래 할머니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월급 받아 용돈도 하고 요긴하게 쓸 수 있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할매밥상의 가격은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밥과 반찬을 손님이 직접 챙기는 셀프형으로 모든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날의 메뉴는 조기 구이와 시금치, 어묵볶음, 김치, 도라지무침, 샌드위치, 달걀 프라이, 미역국 등으로 푸짐했다. 주방에서는 조기를 굽고,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할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또 전화로 도시락 배달 주문도 이어졌다. 이날 찾은 손님은 도시락 주문을 포함해 100명 정도. 평소 70∼80명에 비하면 손님이 많았다.

이날 할매밥상을 찾은 인제군 종합민원실의 허세녕 주무관은 “음식이 싸고 맛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며 “무엇보다 할머니들의 손맛과 정성이 느껴져 친근하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할매밥상에서 운영을 돕는 인제시니어클럽의 이기순 씨(46·여)는 “값이 비싸더라도 질 좋은 재료를 구입해 쓰다 보니 손님이 많아도 수익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며 “그래도 지속적으로 흑자 운영을 할 수 있고 할머니들이 일하는 것에 만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