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의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현재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라고 말했다. 경제가 어렵고 국민들은 먹고살기 힘든데 경제정책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고도 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긴급 브리핑을 한 데 이어 어제도 “근거 없는 위기론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A4용지 9장의 보도자료로 문 대표 주장을 반박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3.3%로 2년 연속 증가, 고용 53만3000명으로 12년 만의 최고치 기록 등을 근거로 들며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애쓴 결과 우리 경제는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발표를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당장 올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이 11.1%로 1999년 7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라는 통계청 발표가 나와 청와대를 무색하게 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경기가 급속히 위축됐던 2010년(10%)보다 높은 수치다.
실제로 ‘경제위기론’의 불을 지핀 쪽은 정부와 박 대통령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작년 7월 취임 직후 “실기(失期)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비쳤다. 박 대통령은 작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여전히 위기”라며 “국회와 정부, 국민과 기업이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이달 4일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이므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래놓고 막상 야당이 “경제위기 맞다”고 하자 청와대가 부인하다니 지금껏 법안 통과를 위해 거짓으로 위기감을 조장했다는 건가, 아니면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가.
새정치연합이 그제 내놓은 공동 발표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도 국민을 실망시키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야당안을 공개하기는커녕 정부에 노조와 합의된 안을 내놓으라고 해서는 5월 2일 처리 시한 내 개혁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생긴다. 문 대표 말대로 우리 경제가 위기라면, 공무원연금 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 등 청와대 회동에서 약속한 대책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