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대한상의, 朴대통령 중동순방 동행기업인 좌담회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경제외교 성과확산 지상좌담회’에서 이동훈 디스트릭트 대표, 구기도 아하정보통신 대표,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대표,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왼쪽부터)이 대화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이 회장=건설기계를 연간 5000만 달러(약 560억 원)어치 수출하고 있다. 중동에서 가장 큰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어려운 지역이었다. 현지 기업의 초청 없이는 비자도 받을 수가 없다.
이를 빌미로 가격을 깎으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이번 순방에 동행하면서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됐다. ‘대통령 사절단’이라는 타이틀이 있어 거래처 관계자를 만나기도 훨씬 수월했다. 이번 순방 동행만으로 600만 달러의 주문을 새로 받았다.
▽송 대표=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여성들은 모두 ‘아바야’(검은 망토 모양의 사우디 전통 의상)을 착용해야 했다. 사우디에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 거래처에 대통령 사절단으로 간다고 하니 1000달러짜리 아바야를 보내줬다. 여담이지만 그만큼 대통령 사절단으로 참가하게 되면 위상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추가 사업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후 거래처 관계자가 자신의 집으로 초청했다. 사우디에서 외국 여성을 집으로 부르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비유하자면 평소 난전(亂廛·허가 없이 길에 함부로 벌여 놓은 가게)에서 장사하다 유명 백화점에 입점하게 된 셈이다. 중소기업으로선 정말 중요한 기회였다.
▽이 대표=IT와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디지털 체험 서비스’가 주요 사업이다. 이번에 중동은 첫 방문이었다. 그런데 LOI(계약 초기 단계의 문서 절차) 정도로 예상했던 5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이 실제로 체결됐다. ‘대통령과 함께’라는 점이 상대방에게 큰 신뢰를 줬다. 해외 중소기업이 만나기 어려운 국영기업도 직접 만날 기회도 얻었다.
‘탈(脫)석유 시대’에 대비해 중동 국가들이 IT에 투자를 늘리는 만큼 우리 회사가 할 일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부회장=그동안 대통령 경제사절단은 단체로 하는 비즈니스 포럼 외에는 개별적으로 거래처와 만나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존과 다르게 KOTRA에서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를 주선했다. 또 대통령이 경제사절단과 직접 간담회도 가졌다.
▽윤 본부장=해외에서는 개별 중소기업보다는 무역관이 있는 KOTRA가 공신력이 있다. 이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않은 왕실 관련 펀드 관계자까지 부를 수 있었다. 여기에다 한국 기업들에는 탈석유를 표방하는 중동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맞아떨어졌다.
▽송 대표=대통령이 바쁜 일정 중에도 직접 경제사절단과 간담회를 열고 격려해 준 점도 좋았다. 옆에서 우연히 봤는데 대통령 손바닥에 발언 메모가 깨알같이 적혀 있더라. 형식적으로 만난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사우디에는 왕자만 100명이 넘어 왕족 관계자를 사칭하는 사기꾼도 많은데, KOTRA가 이를 잘 판별해줘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아쉬운 점도 있었을 법하다. 예를 들어 현지 거래처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정상외교 특성상 빨라도 2, 3주 전에 일정이 공개되기 때문에 시간도 부족했을 것이다.
▽이 대표=현지 기업과의 만남은 잘 이뤄졌다. 반면 동행한 한국 기업과의 교류가 적어서 아쉬웠다. 같이 만나 의견을 나누다 보면 고객이 겹친다거나 함께 협업할 일이 분명히 많을 것 같다.
▽이 부회장=공식 일정 외에 비는 시간에 그런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
▽윤 본부장=사실 KOTRA의 자원도 넉넉한 편이 못 된다. 쿠웨이트에는 2명, 카타르에는 1 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앞으로 중동에는 월드컵(카타르), 엑스포(UAE) 등 우리 기업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현지와 연계해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회장=제2의 중동 붐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주역이 돼야 한다. 아울러 향후 이뤄질 순방에서는 더 강력한 ‘팀 코리아(Team Korea)’ 체제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정부와 기업, 경제단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 ‘Team Korea’ 어떻게 구성됐나 ▼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에 참가했던 경제사절단은 총 11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훨씬 더 큰 경제사절단을 운용하는 경우도 많다. 2004년 당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 동행한 경제사절단 규모는 600명. 이 순방을 통해 브라질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내 경제난을 돌파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때 동행했던 경제인도 250명에 이른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이끄는 마윈(馬雲) 회장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 등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부터 신흥 벤처 기업인까지 다양했다.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대표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해외 기업과 만나는 것과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참가해 연결되는 것은 비즈니스 성과가 질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며 “국가 차원에서 대승적 협약이 이뤄지는 데다 동행하는 기업의 신뢰성도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OTRA가 주최한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 참여 기업 115개 중 중소·중견기업이 106개(92%)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아무 기업이나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나 기관에서 먼저 신청을 받는다. 해당 국가와 교류할 수 있는 사업 내용이 없으면 탈락하게 된다. KOTRA 관계자는 “지원 기업 가운데 10%가 넘는 기업이 탈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순방에서는 ‘팀 코리아(Team Korea)’라는 새로운 모델이 처음 적용됐다.
정부와 유관기관, 기업이 하나의 팀처럼 유기적으로 활동하며 상대국을 공략한 것이다. 단순 수주나 수출 중심에 머물렀던 해외 경제협력을 공동 사업, 제3국 공동 진출 등으로 다각화할 수 있었던 것도 민관(民官)의 ‘팀워크’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정부와 대한상의, KOTRA, 각 기업들이 처음 팀 코리아 체제로 움직였는데 성과가 좋았다”며 “4월 예정된 남미 순방에서도 더 잘 짜인 팀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