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달성한 류중일 감독, ‘국민 타자’ 이승엽,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 임창용,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 ‘헐크’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만수 전 SK 감독….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들이었다.
그런데 그 관계자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선수의 이름이 나왔다. 베테랑 외야수 박한이(36·사진)였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관계자는 “삼성 라이온즈의 역사는 박한이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2001년 박한이가 입단하기 전까지 우리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런데 박한이가 팀에 합류한 후 10번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7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고 했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꾸준함이라는 항목으로 볼 때 박한이만 한 선수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찾기 힘들다는 게 그 관계자의 해석이었다.
듣고 보니 역시 그랬다. 2001년 입단 후 지난해까지 박한이는 14년 연속 100경기 이상을 뛰었고, 매년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됐지만 박한이는 여전히 외야 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특히 박한이의 경기 소화력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박한이의 목표는 170경기 출장이다. 올해부터 팀당 경기 수가 144경기이니 무슨 말인가 싶지만 스프링캠프 때 치른 연습경기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더하면 얼추 170경기가 된다.
그도 사람인지라 항상 건강했던 것은 아니다. 2012년에는 시범경기 막판 왼쪽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건강하게 돌아와 그해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박한이가 기억하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2013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다. 1차전에서 그는 슬라이딩을 하다 왼손 중지가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방망이를 잡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지만 한 경기를 쉰 뒤 침을 맞고 3차전부터 다시 출전했다. 그리고 3차전 결승 득점, 5차전 결승타, 6차전 쐐기 홈런을 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1승 3패로 뒤지다 4승 3패로 대역전극을 벌인 그해의 한국시리즈는 박한이의 작품이었다.
한국시리즈 역대 최다 타석(260), 최다 타수(211), 최다 득점(36), 최다 안타(51), 최다 루타(73)는 박한이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훈장들이다.
박한이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느냐고. 그가 답했다. “나는 웬만큼 아파서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뼈가 부러지지 않은 한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주의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말한다. ‘형을 이기고 올라오라’고. 패기와 절실함을 지닌 후배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박한이는 15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