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3월의 주제는 ‘정직’]<51>미래를 갉아먹는 커닝
집에 돌아온 A 씨는 아이에게 “왜 나쁜 짓을 했느냐”고 야단을 쳤고, 아이는 “엄마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다”며 펑펑 울었다. 가족 상담을 받은 결과 아이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성향이 높은 편이었고, 부모는 자신들이 공부를 잘했기에 은연중에 부담을 주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의 지도에 따라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해 칭찬하는 훈련을 하면서 받아쓰기에서 50점을 받아도 움츠러들지 않는 아이로 성격이 바뀌었다.
어릴 때는 커닝이 별 죄의식 없이 시작되지만 이를 조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본격적인 경쟁이 붙는 중고교 단계에서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반면 일자리와 직결된 극단적인 커닝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 로스쿨 학생이 교수의 컴퓨터를 해킹해 시험지를 빼내려다 적발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 승진시험에서는 수천만 원을 받고 문제지를 유출한 직원이 경찰에 적발됐고, 2013년에는 충남도교육청 교육전문직 시험에서 교장과 교사들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한 교육감과 공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교육학자들은 커닝이 단순히 부적절한 행위임을 넘어서 자존감과 미래를 갉아먹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 교장을 지낸 박정희 인천 은봉초 교장은 “국가 수준에 따라 커닝을 하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는데 우리의 국격을 생각하면 더이상 감독과 통제만으로 커닝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화려한 성적표보다는 초라하지만 정직한 성적표가 훌륭하다는 점, 또 이제는 정직해야만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서 자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