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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中견제 밀월’… 아베에 門 여는 美의회

입력 | 2015-03-20 03:00:00

美의회, 아베 연설 허용으로 가닥… 과거사 사과 대신 반성 표현 쓸듯
혼다 의원 “위안부 납치 인정해야”… 訪美 앞둔 아베, 미셸 ‘국빈급 대접’




미국 의회가 4월 말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4월 26일부터 5월 3일까지로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아베 총리는 방미 사흘째인 4월 2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상·하원 합동연설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3명의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 기회를 가졌으나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일본 총리는 없었다. 미 의회가 전례를 깨고 아베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일 밀월’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전후 70년을 맞는 미일 관계 및 올해 8월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의 내용에 관해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해 일반적 차원에서 ‘반성(remorse)’의 뜻을 전하겠지만 ‘사과(apology)’라는 표현을 쓰거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아베 총리의 ‘반성’ 언급을 근거로 “일본이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 한국도 일본과 대화하라”고 한국을 압박할 경우 박근혜 정부가 곤란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친한파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은 18일 “아베 총리가 연설하게 된다면 1930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간에 조직적으로 소녀와 여성들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를 대신해 명백하게 사과해 역사적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다. 미일 간 TPP는 이미 깊숙이 진전이 돼 있어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TPP 타결’을 선물로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아베 총리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는 1951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과 일본 사이에 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 조약)이 체결된 곳으로 일본계 주민이 많이 산다. 당초 검토했던 아베 총리의 하와이 진주만 방문은 미국의 반발이 예상돼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일본을 방문한 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을 만나 그가 주도하는 빈곤국 소녀교육 사업을 적극 지원할 뜻을 밝혔다. 오전에는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도 미셸 여사를 만나 이 사업에 협조할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총리 내외뿐 아니라 이날 아키히토 일왕 내외도 왕궁에서 미셸 여사를 만나 40분간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일본 총리와 일왕 부부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를 융숭하게 대접한 것은 아베 총리의 다음 달 워싱턴 방문을 염두에 둔 의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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