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RMC 2015 아시아’ 개막전에 한국인 최연소이자 최초로 김화랑이 출전했다. 사진=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지난 15일 말레이시아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에는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약 2000석 규모의 주차장은 아침 일찍부터 모두 찼고, 들뜬 모습의 관람객들은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같은 날 바로 옆 카트 서킷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 통합카트대회 ‘로탁스 맥스 챌린지(Rotax Max Challenge·이하 RMC)’ 개막전이 열렸다. 한 장소에서 모터스포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특히 RMC에 출전한 어린 카트 선수들에게는 모터스포츠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주위에서 울려 펴지는 페라리 엔진음이 꿈을 향한 자극제가 됐다. 이들 중에는 또래들보다 체격이 왜소해 보이는 한국 선수가 있었다. 한국인 최연소이자 최초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화랑(9·필리핀한국국제학교)이 그 주인공이다.
김화랑의 카트 입문은 드라이버로서 자질을 곁에서 지켜본 아버지 김호철 씨(37)의 영향이 컸다. 그는 2년 전까지 국내 대표 모터스포츠 ‘슈퍼레이스’ 최고 클래스인 슈퍼6000 스톡카를 탔던 전직 드라이버다. 김 씨는 “화랑이가 6살 때 레저용 카트를 처음 접했다”며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주행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상대를 피해가는 모습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안목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화랑의 공식 출전 자격이 주어진 2013년, 11명이 출전한 필리핀 자국리그 하위 클래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후 체급을 올려 덩치가 크고 경험 많은 선수들 틈에서 점점 성장해 가고 있다. 김화랑은 “경기장에서 많은 선수들과 함께 카트 경주를 하는 게 재미있다”며 “아이들과 겨루는 시합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했다.
김화랑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나토에서 열린 세계국제카트대회(ROK 컵 인터내셔널 2014)에 나가 가능성을 시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높은 벽을 실감, 조기에 예선탈락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코스적응도 덜 됐을 뿐더러 1년에 약 100경기 이상 치르는 유망주들을 며칠 만에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RMC 무대에서 김화랑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마이크로맥스 부문 타임 트라이얼(독주 시간 경기)에서 28명 중 10위에 올라 결승전 선전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준결승부터 차의 엔진에 문제가 생겨 제 실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결국 최종 16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김화랑은 “10위안에 들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이번 레이스에서 많이 배웠고 다음에는 5위 안에 꼭 들겠다”고 다짐했다.
‘RMC 2015 아시아’ 2차전은 다음달 18~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여기서 김화랑의 도전도 계속될 예정이다.
세팡=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