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버그 하늘을 나는 생쥐/토르베 쿨만 글 그림/윤혜정 옮김/96쪽·1만5000원·책과콩나무
어쩔 수 없이 하수구로 피신한 생쥐는 신기한 광경과 마주합니다. 생김새는 자신과 같으나 날개가 달린 박쥐들의 나는 모습이었어요. 그때부터 생쥐는 날아서 그곳을 탈출할 계획을 세웁니다. 직접 설계한 행글라이더와 증기동력비행기가 차례로 실패합니다. 감시는 더 심해지지요. 하지만 마침내 완성한 비행기를 타고 생쥐는 미국으로 향합니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독일의 젊은 작가 토르베 쿨만의 첫 책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능가하는 설계도면과 스케치에서 이 작은 생쥐의 손을 빌려 자신의 오랜 꿈을 펼치는 작가의 솜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행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도 놀랍지만, 생쥐여서 가능한 빛나는 아이디어는 독자를 한눈에 사로잡습니다.
감시하는 자와 감시당하는 자의 신경전이나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벌이는 추격전이 영리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이 작은 존재의 고립되고 절박한 처지가 장면마다 잘 계산된 구도로 그려집니다. 과거 역사의 어떤 상황과 겹쳐지는 듯 보이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런 예민한 발견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생쥐의 눈높이, 감시자의 시선, 장면 속 등장인물들의 눈길을 잘 따라가며 읽으시길 권합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