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 자해 구조참여 진도주민들 단원고 방문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 10여 명을 구조해 ‘파란바지의 구조영웅’으로 불린 김동수 씨(50·당시 화물차 기사·사진)는 아직도 1년 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2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만난 김 씨의 왼쪽 손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전날 오후 그는 제주시 조천읍 자택에서 흉기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자해했다. 다행히 딸(18)의 재빠른 신고로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김 씨는 “더이상 먼저 간 아이들에게 죄인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며 “나 스스로도, 가족들도 나만 사라지면 모두 편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주일에 한 번씩 경기 안산시 세월호 트라우마센터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20일에도 안산에 와 치료를 받았다. 이곳에서 상담을 받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는다. 문제는 안정제 처방량이 늘고 있다는 것. 김 씨는 “살려 달라고 창문을 두들기던 아이들을 잊으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항상 약에 취해 사는 기분”이라며 “해가 진 밤에는 정신적 고통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 때 구조에 나섰던 전남 진도군 조도면 5개 섬 주민 89명은 이날 안산 단원고를 찾았다. 주민들이 도착하자 학생들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노란 카네이션 한 송이씩을 건넸다. 주민들도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살아있으니 우리가 오히려 고맙구나”라고 위로했다. 이에 앞서 주민들은 안산시 초청으로 18일 2박 3일 일정으로 올라와 유가족 등을 만났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박성진 / 안산=남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