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범인인가/배상훈 지음/320쪽·1만3500원·앨피 한국판 CSI, 프로파일러들의 통찰로… ‘누가 진짜…’를 쓴 배상훈 교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책에 나오는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수사관)’ 훈련법이다. 2004년 경찰청 1기 프로파일러로 입사한 후 2009년까지 서울지방경찰청 등에서 일한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46·사진)를 18일 만났다. 그는 주요 범죄 수사 과정부터 범죄의 사회적 맥락까지 꼼꼼히 분석한 이 책을 최근 냈다.
“미국 드라마 ‘CSI’의 인기로 프로파일러에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다”며 말을 걸었다. “프로파일러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사이코패스처럼 생각하라’는 겁니다. 연쇄살인범, 소녀 성폭행범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죠. 2004년 이후 선발된 프로파일러 44명 중 남은 사람은 20명도 안 됩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어요. ‘미드’와 현실은 다르죠.”
“범인의 첫 두 시간의 이야기는 100% 거짓말이에요. 그런데 거짓말도 계속하기 힘들어요. 3시간 정도 지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처음에 했던 말과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가족 상황, 성장 배경, 심리 등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는 부분도 비어 보이죠. 그 빈 부분이 범인이 감추려는 부분이자 범죄의 방아쇠죠. 외모도 봐요. 성폭행범은 방화범보다 잘생겼어요. 성폭행범은 대인(對人)범죄, 즉 사람에게 접근해야 하니 외모를 가꿉니다.”
그는 현장 경험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인 뒤에 가려진 범인의 실체를 이야기하고 싶어 책을 썼다고 했다.
그가 면담한 강호순 정남규 같은 연쇄살인범은 공통점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부모나 이웃, 친구로부터 학대, ‘왕따’를 당한 불우한 성장기를 거쳤다. “여중생을 칼로 난도질해 죽인 고등학생을 만났더니 ‘뭐가 문제냐’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죠.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 아버지는 건실한 사업가였는데 알고 보니 이 학생은 아버지에게 폭행당하면서 자랐더군요. 우리 사회는 범인만 잡길 바랍니다. 본질과 모순은 방치한 채…. 범인을 잡아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누군가가 그 빈자리에 들어와 범죄자가 됩니다.”
그는 “전국에 가출 청소년이 20만 명은 된다”며 “살인범 한두 명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바르게 인도해야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