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사직단의 복원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복원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즉, 복원이 왜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복원인지.
국제적으로 보면 복원에 대한 해석은 나라마다 다르다. 전쟁이나 정치적 혼란으로 파괴된 문화재를 원상태로 복원하는 경우가 많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에서 그러한 사례가 많았다. 일본에서도 흥미로운 사례가 있는데 오키나와에 있는 슈리(首里) 성이다. 전쟁 피해가 가장 심했던 오키나와에서 류큐(琉球) 문화와 관련된 문화재가 거의 다 멸실되자 지역의 문화적 자존을 회복하기 위해 슈리 성의 일부를 복원했다.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최근에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모든 것이 상업적 목적으로 브랜드화하는 시대에 복원은 국가 또는 지역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복원한 문화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되면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된다. 복원 작업을 그 목적에 맞춰서 하는 사례도 쉽게 볼 수 있다. 한양도성 복원 계획이 그런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오키나와의 슈리 성 복원은 지역 관광산업 육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직단의 훼손은 일제강점기에 가장 심했지만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예를 들면 종로도서관이 1968년에 사직단 뒤에 현존하는 건물을 짓고 이전했다. 1979년에 아동열람실이 그 옆에 있는, 1956년 미국 원조기구의 지원을 받아 지은 서울시립아동보건병원 건물로 이사 갔다. 그 열람실은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이란 독립기관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광복 이후의 훼손은 6·25전쟁 및 서울의 급성장을 반영한 것이다. 교통량이 늘어나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사직단 땅을 빼앗았고, 공공시설을 위한 땅을 확보하려고도 빼앗았다. 어떻게 보면 사직단의 훼손은 20세기 전통문화 훼손의 전시장인데 그 전시장을 없애고 복원할 것인지, 아니면 문화재를 외면했던 그러한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포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겨 주는 것이다.
사직단의 역사적 가치 및 그 회복을 존중하면서 20세기 서울의 역사, 나아가 ‘가까운 과거’의 추억이 담긴 공공시설을 애용하는 시민의 요구도 존중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가장 적합한 답은 2027년까지 제례 공간의 복원으로 매듭을 짓고 공공시설은 그대로 두어 사직단의 역사적 서사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