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안식일(금요일 일몰 때부터 토요일 일몰 때까지)에 편안히 자고 있던 유대인 가정집에 불이 나 5~16세 8남매(4남 4녀) 중 7명이 숨지는 비극이 미국 뉴욕에서 발생했다. 2층 침실 창문에서 뛰어내린 엄마와 둘째 딸도 중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붉은 악마(火魔)가 작은 천사 일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보도했다.
21일 0시 20분 경(현지 시간) 뉴욕 브루클린 베드포드 애버뉴의 게일 사순 씨(45) 단독주택의 1층 주방에서 발생한 불은 집 내부 목조 계단을 타고 금세 2층으로 번졌다. 화재경보기가 지하에만 설치돼 있고 1, 2층엔 없어서 사순 씨가 화재 발생을 깨달았을 땐 불 때문에 자녀들 침실로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NYT가 보도했다. 사순 씨는 2층에서 뛰어내려 이웃집으로 달려가 “집이 불타고 있어요. 안에 아이들이 있어요”라며 도움을 청했다. 이 무렵 잠에서 깬 아이들은 창밖으로 “엄마, 구해 줘” “살려 주세요”를 외치고 있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8명 중 시포라 양(15)만 앞뜰로 뛰어내렸다.
소방차 25대와 소방관 100여 명이 투입됐고 소방관들이 화염을 뚫고 2층으로 진입해 침실과 복도에 쓰러져 있던 7명의 아이들을 창문 밖 사다리차에 옮겼다. 다니엘 니그로 뉴욕시 소방국장은 “이미 화상이 심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며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한 명도 살아나지 못했다. 뉴욕시 전체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