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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부산/경남]창사 34년만에 매출 1조… 글로벌 초일류기업 도전

입력 | 2015-03-23 03:00:00

[영남파워기업]<6>S&T모티브




부산 기장군 S&T모티브 본사 공장에서 최근 직원들이 자동차 부품인 쇼크옵서버(충격흡수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S&T모티브 제공

김택권 대표(왼쪽) 등 S&T모티브 임직원들이 부산 금정구 지하철역 쉼터공간에서 홀몸노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S&T모티브 제공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는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회사가 있다. 소비재를 생산하지 않아 일반인에겐 낯설지만 군수(軍需)·자동차 업계에선 기술력이 정평 난 회사다. 한국군이 쓰는 소총 등 소구경 화기를 독점 생산한다. GM을 비롯한 메이저 자동차 회사에 핵심 부품도 공급한다. 인수합병과 노사 대립의 아픔을 이겨내고 지난해 창사 34년 만에 처음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20일 오후 부산 기장군 S&T모티브 제2공장.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 사이로 쉴 새 없이 강철 원통을 옮기는 로봇 팔이 눈에 띄었다. 자동차 서스펜션(지면에서 받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장치)의 핵심 부품인 쇼크옵서버를 만드는 곳이다. 홍성진 홍보팀 부장은 “쇼크옵서버는 승차감과 주행안전성에 중요한 장치여서 마이크론(1마이크론은 1000분의 1mm) 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S&T모티브는 2006년 S&T그룹이 옛 대우정밀을 인수해 설립했다. 대우정밀의 전신은 대우가 1981년 국방부의 조병창을 인수해 세운 대우정밀공업. 무기만 만들다가 대우자동차에서 쓸 자동차 부품을 하나씩 개발하며 부품사업에 뛰어들었다.

S&T그룹이 인수할 당시 매출 대부분이 총기류와 한국GM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이었다.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GM 본사에서 직접 수주하며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모터 600만 개를 만들어 2400억여 원을 벌었다. 주요 공급처는 현대차·르노삼성·도요타·제너럴모터스 등 완성차 업체. 독일 콘티넨탈, 미국 TRW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와 경쟁해 연 15%씩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9년 전 인수 당시 매출액은 현재의 절반인 5000억 원. 김택권 대표는 “매주 1, 2개의 국내외 업체 관계자가 찾아와 우리 기술력을 검토하고 돌아간다”며 “총기류를 제작하면서 얻은 정밀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파업이 없는 것도 성장을 이끄는 요인. 옛 대우의 강성 노조 문화가 그대로 남아있던 2006∼2007년 45일간 직장을 폐쇄하는 등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면서도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성과를 나누는 노력 덕분에 더이상 파업은 없었다. 직원 화합 차원에서 시작된 국토대장정은 회사의 자랑거리다. 이 행사에는 2013년 3월 이후 23차례에 걸쳐 9000여 명의 회사 간부와 직원, 가족이 참가했다.

직원들은 해안로 335km를 걸으며 인내심을 배우고 호연지기도 길렀다. 연말 지역 노인을 위한 무료 급식과 연탄 봉사에는 직원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회사 이름이 알려지면서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인재가 모이고 있다. 김 대표는 “향토 기업도 기술력만 갖추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는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쏘울 전기차 구동모터를 기아차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압축천연가스(CNG) 하이브리드 버스와 연료전지차에도 구동모터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에서 엔진과 같은 기능을 하는 부품인 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김 대표는 “‘고연비’와 ‘친환경’이라는 자동차 산업 흐름에 맞춰 기술을 개발한 것이 빛을 보고 있다”며 “2020년까지는 매출 2조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