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영업 강화도 캠핑장
화재가 난 텐트 바로 옆에 설치된 텐트의 모습. 내부에는 가연성 소재인 쿠션과 이불, TV와 온열매트 등 가전제품이 있었으며 민박집에서 끌어온 멀티탭 3개가 연결돼 있었다. 강화=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이날 불은 오전 2시 9분경 시작됐다. 화염이 솟구친 지 불과 2, 3분 만에 텐트가 전소됐다.
이날 오전 2시 12분경 불꽃놀이를 보러 나왔다가 화재 현장을 발견한 대학생(21·여)이 119에 신고했고, 소방차는 13분 뒤(2시 25분) 도착했다. 이미 텐트는 전소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불길이 강해 2m 떨어진 옆 텐트에도 불이 옮겨 붙어 일부를 태웠을 정도다. 자칫 더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텐트 바닥 양쪽 끝에는 중학교 동창 사이인 이모 씨(37·의류업)와 천모 씨(36·의사)가 숨진 채 나란히 누워 있었고, 가운데 이 씨의 큰아들(11)과 막내아들(6), 천 씨의 아들(7) 등 세 어린이가 숨져 있었다. 천 씨와 이 씨는 평소에도 아이들만 데리고 함께 여행을 자주 다녔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 용기 있는 이웃이 생명 구해
불이 난 곳에서 2m 떨어진 옆 텐트에 투숙했던 박홍 씨(42)는 아이 울음소리에 잠을 깨 달려 나왔다. 이미 불길은 크게 번져 있었다. 불길에 휩싸인 텐트 틈 사이로 이 씨의 둘째 아들(8) 모습이 보이자 불붙은 텐트 입구 일부를 손으로 뜯어내고 구했다.
곧바로 화염이 텐트를 집어삼켰고 1분 뒤 텐트는 잿더미로 변했다. 박 씨 등 3명이 소화기를 뿌리고 양동이에 물을 퍼와 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텐트와 내부는 불에 잘 타는 소재로 가득했지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소화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는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불 속 텐트 입구에 어린이가 울며 서 있어 얼른 안고 나왔다. 텐트 안에 불이 너무 번져 다른 사람은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구조 과정에서 연기에 질식했고, 이 군은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군은 구조된 직후 “아빠가 아직 텐트 안에 있다”며 울부짖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아름다운 캠핑마을은 128m² 규모의 독립 건물을 민박집으로 운영하면서 앞마당에 대형 텐트를 설치했다. 그러나 야영장뿐만 아니라 민박집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영업해 왔다. 강화소방서는 민박집 펜션 등을 대상으로 1년에 1, 2회 화재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 캠핑장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화재 현장에서는 소화기 5대 중 2대만 작동했고, 3대는 고장 나 무용지물이었다.
내부는 여느 펜션처럼 꾸며 놓았지만 스프링클러는커녕 화재경보기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으로 화재 감식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텐트 안에 설치된 전기 패널에서 누전 등으로 불꽃이 튄 뒤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확한 원인은 감식 결과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화=박희제 min07@donga.com·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