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아파 사원서 연쇄 자폭테러… 대통령-반군 서로 비난 일촉즉발 알카에다-IS 테러경쟁도 한몫
‘아랍의 봄’ 이후 최악의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난 예멘에서는 21일 시아파 반군 후티와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 지지파가 서로를 공격할 뜻을 밝힌 가운데 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또 다른 테러 단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곳곳에서 유혈 충돌을 빚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2일 예멘의 정정 불안이 노골적으로 반군을 지지하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쟁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테러 직후 IS 사나 지부는 “우리 전사 5명이 시아파 소굴에서 성전(聖戰)을 수행했다”며 “이번 공격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추가 테러를 예고했다. 반군 후티와 하디 대통령은 21일 서로 비난 성명을 발표하며 이번 테러를 포함한 예멘의 정정 불안은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몰아세웠다.
하디 대통령은 이날 “반군 후티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다”며 “후티가 장악한 예멘 북부에 이란 국기가 아닌 예멘 국기가 걸리는 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러 하루 전인 19일 정체불명의 전투기 1대가 남부 도시 아덴에 위치한 내 사저를 공격한 것도 후티와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후티도 바로 성명을 내고 “하디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모든 사람을 공격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전문가들은 종파 분쟁과 지역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아 온 예멘에서 테러까지 기승을 부림에 따라 “예멘이 1990년 통일 후 25년 만에 다시 갈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시아파 신정일치 국가였던 예멘은 1962년 세속주의 성향의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 예멘아랍공화국(북예멘)을 세워 남북으로 분리됐다. 옛 소련 등 공산국 원조에 의존하며 버티던 가난한 남예멘은 서방의 경제제재로 붕괴 위기에 처하자 1990년 전격 통일을 제안했고 알리 압둘라 살레 북예멘 대통령이 통일 예멘의 초대 수반이 됐다. 하지만 그는 20여 년간 폭정을 일삼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실각했다.
한편 20일 밤 미국은 예멘에 있던 미군 100여 명의 안전을 우려해 모두 철수시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2일 시아파 반군 후티는 예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타이즈를 장악했다. 반군 후티는 현재 예멘의 21개 주 가운데 수도를 포함한 9개 주를 장악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