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어디까지 용인” 질문에 고위관료 “2007년 수준까지 괜찮다” 강남 3구, 2007년보다 4% 하락… 나머지 지역은 회복됐거나 더 비싸
홍수용 기자
이런 분들을 대신해 부동산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집값이 어느 수준까지 오르도록 용인할 것인가” 하고 질문했다.
“2007년 수준까지는 상승해도 된다. 집값이 그 가격대까지 오르고 가계부채가 늘어도 각 가정이 감당할 수 있다. 사실 가계 빚이 위험한 상황은 집값이 갑자기 곤두박질치는 시기다. 지금처럼 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때는 상환 여력이 커지는 만큼 가계부도가 잘 나지 않는다.”
지금 주택시장은 회복기다.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100만 건을 넘어 2013년보다 18% 늘었다. 이 같은 거래규모는 2006년(108만 건)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시장의 회복 정도를 좀 더 정밀하게 보려면 분양주택보다는 기존의 재고주택 거래량을 보는 게 좋다. 주택시장이 시들할 때는 2, 3년 뒤 들어설 분양주택을 사는 비중이 높지만 시장이 살아날 때는 당장 몇 달 뒤 들어가 살 기존 주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거래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의 김태섭 정책연구실장에 따르면 2006년 말 이후 적정 주택거래량은 월평균 7만8000건이다. 이 정도는 거래돼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말이다. 주택시장 침체기였던 2012년 1월∼2013년 3월에는 6만 건이 채 안됐다. 반면 지난해는 7만9000건에 육박했다. 양적으로는 시장이 정상궤도에 들어섰다.
거래가 느는데도 가격은 안정적이라는 점에 정부는 크게 고무돼 있다. 보통 거래량이 5, 6개월 연속으로 늘면 가격이 껑충껑충 뛰는 현상이 생기지만 지난해 연간 가격 상승률은 1%대 중반이었고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저성장 저물가 상황 속에서 사는 사람, 파는 사람 어느 쪽도 무모하게 가격을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앞서 당국자가 시사한 꼭짓점 가격은 언제 올까. 아주 단순화해서 말하면 대부분 지역은 이미 꼭짓점인 2007년 수준에 도달했다. 국민은행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전국 주택가격은 2007년 2월에 비해 19% 올랐다.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등 뜨거웠던 광역시 집값은 평균 38% 상승했다. 서울도 2007년 2월 이후 지금까지 집값이 7% 올랐다.
다시 말해 서울 일부지역을 빼고는 집값은 이미 회복됐거나 과거에도 떨어진 적이 없다. 게다가 최근 저성장 기조에다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돈이 부동산에 몰려와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유동성 장세도 없다.
중산층 실수요자가 풀어야 할 핵심적인 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집을 대하는 시각이 가격에만 치우쳐 있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게 문제다. 스스로에게 냉정히 물어보라. 집을 살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가격인가, 주거의 편의성인가.
이런 판단 오류는 프랑스 엔지니어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1881년 파나마운하 공사 때 저지른 착오와 비슷하다. 인부들이 말라리아에 걸려 픽픽 쓰러지자 레셉스는 개미가 질병을 옮기는 것이 문제라고 봤다. 이에 따라 개미가 침대에 기어오르지 못하게 침대다리에 물그릇을 받쳐 뒀다. 하지만 물그릇 탓에 말라리아의 진짜 원인이었던 모기가 더 많이 번식했다. 희생자가 수만 명에 이르며 레셉스의 운하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우리가 집 문제에 늘 좌절하는 것은 ‘문제 정의’를 잘못해서다. 내 집을 못 구하는 건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없어서인데 집값이 문제의 전부인 양 생각한다. 그러니 집값이 내릴 때는 더 떨어질까봐 못 사고 오를 때는 상투를 잡을까봐 못 산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