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C63(이하 C63)’이 한 단계 더 진화해서 돌아왔다. 직전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이하 C63 AMG)’ 이후 7년 만이다.
메르세데스-AMG는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성능차를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하위 브랜드다. C63은 새 브랜드 출범 이후 ‘메르세데스-AMG GT’에 이어 두 번째 모델. 기자는 연내 국내 선보일 C63과 상위 트림 ‘C63 S(국내 출시 미정)’를 지난달 미리 타봤다. 포르투갈 남단 휴양도시 알가르브의 레이싱 트랙과 도로를 달리면서다.
○레이싱 머신에 도전하는 스포츠카
긴 알루미늄 보닛과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트윈 블레이드’, 트렁크 윗부분의 스포일러(속력을 높였을 때 차체가 뜨지 않도록 차체를 눌러주는 기능을 하는 부착물), 빨간색 가죽과 스티치로 장식된 시트 등은 질주 본능을 자극했다.
연료소비효율은 C63 AMG는 L당 8.3㎞, C63은 8.2㎞, C63 S는 8.2~8.4㎞로 비슷했다. 마티아스 쇼틀레 메르세데스-AMG 차량개발 담당자는 “C63은 8기통 고성능차 중 가장 연비가 효율적이고, 패밀리카 중 가장 빠른 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니 짐승의 포효 같은 배기음이 질주 욕구를 자극했다. 시속 200㎞까지 순식간에 올라갔다. C63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C63은 4.1초, C63 S는 4.0초다. 차를 내달려도 불안한 느낌은 없었다. 시속 200㎞에 도달해야 약간의 흔들림이 느껴지면서 풍절음이 들어왔다. 최고시속은 250㎞지만 시속이 200~250㎞에 도달해도 힘이 충분히 남아있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니 즉각적으로 엔진 브레이크가 잡히며 속력이 줄었고, 다시 밟으니 차가 바로 반응하며 튀어나갔다.
조향은 고카트를 탄 듯 즉각적이었다. 독일차 특유의 승차감을 만들기 위해 서스펜션에 사용하던 고무패킹을 빼버린 덕분이다. 메르세데스-AMG 관계자는 “타이어를 손으로 잡고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 고무패킹을 모두 뺐다”며 “대신 서스펜션의 구조를 개선해 승차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C63 S용 브레이크 디스크(C63은 옵션)는 세라믹으로 만들어 무게를 20㎏ 줄였다.
약한 내리막길에서 시속 90㎞로 커브를 돌았지만 언더스티어(앞 차륜 조향각도보다 실제 조향 반지름이 커지는 현상)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레이싱 트랙 코너에서 ‘찌익’ 소리가 날 정도로 급격하게 브레이크를 잡자 차 뒷부분이 단단히 잡혔고, 이내 앞으로 튀어나갔다. 쇼틀레 차량개발 담당자는 “코너링 직후 가속력을 극대화하는 등 운전의 재미를 위해 후륜구동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C63의 주행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등 4가지. C63 S에는 레이스 모드가 추가됐다.
C63의 경쟁모델은 BMW ‘M3’와 아우디 ‘RS4’다.
○‘1인 1엔진’에 투영된 장인정신
AMG는 1967년 설립된 메르세데벤츠 전용 튜닝 회사였다. 1993년 다임러는 AMG 지분을 50% 이상 사들이며 AMG와의 첫 공동개발 작품인 ‘C63 AMG’를 선보였다. 1999년엔 메르세데스-AMG 법인이 출범했다.
메르세데스-AMG에서는 엔지니어 1명이 독일 아팔터바흐 AMG엔진숍에서 엔진 1개의 조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한다. 해당 엔진엔 엔지니어의 서명이 각인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메르세데스-AMG에서는 자연흡기 엔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피터 베르너 엔진 개발 담당자는 “현재 AMG 라인업 중 자연흡기 엔진은 ‘SLK’에 들어가는 ‘M152 엔진’이 유일하다”며 “출력과 연비를 모두 향상하려면 결국 SLK도 터보차저를 탑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쇼틀레 차량개발 담당자는 “AMG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1년 2만 대에서 지난해 4만7500대로 증가했다”며 “2017년엔 2013년 판매량(3만2200대)의 두 배 이상을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알가르브(포르투갈)=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