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50년, 기적의 현장을 가다]<1>현대건설, 쿠웨이트 해상교량
《 한국이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변변한 장비와 기술 없이 정신력 하나로 시작했던 무모한 도전은 197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플랜트, 초고층 빌딩, 신도시 조성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휴대전화,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등과 함께 ‘한류’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한국 건설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펼치고 있는 기적의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현대건설이 짓고 있는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현장. 교량 하부구조 공사를 위해 쿠웨이트 만에 콘크리트 말뚝 1000여 개를 설치하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 세계 최장의 다리를 우리 손으로
공사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웬만한 빌딩 한 채보다 높은 길이 40∼60m, 지름 3m의 콘크리트 말뚝 1000여 개를 해저에 박고 있다. 개당 1800t에 이르는 콘크리트 교량 상판 958개를 육상에서 제작한 뒤 해상크레인 등 초대형 해상장비를 이용해 바다 위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공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미 수비야 지역에 세계 최대의 교량 상판 제작장을 만들어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이틀에 한 개씩 콘크리트 상판을 제작할 예정이다. 해상교량 중간에 조성하는 2개의 인공섬에는 교량통제센터 등 관련 기관과 마리나 리조트 등이 들어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세계 교량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다.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에 이어 2013년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터키의 보스포러스 제3대교를 수주해 유럽 건설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2월에는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칠레 차카오 대교 공사계약까지 연이어 따내 주목을 받았다.
○ 중남미-아프리카로 수주 확대
현대건설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세운 기록이다. 이처럼 현대건설의 해외 진출 역사는 대한민국의 해외건설 역사 그 자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하락 등 국내외 어려운 여건에도 국내 건설업체 중 유일하게 해외에서 100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다. 올해에도 110억 달러를 수주해 2012년 이후 4년 연속 100억 달러의 기록을 이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건설은 2010년 이후 중동 지역 플랜트 중심의 수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역과 공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09년 186억 달러(약 22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석유화학시설, 대규모 항만공사, 건축 공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신시장인 중남미에 주목하고 있다. 2012년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공사를 따내며 9년 만에 중남미 시장 재진출에 성공했다. 이어 우루과이 복합화력발전소(6억3000만 달러), 칠레 차카오 교량공사, 베네수엘라 정유공장(48억 달러) 등을 연달아 따냈다. 이 밖에 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코트디부아르 우간다 알제리 등 아프리카 전역으로도 수주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