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광고총량제 설문조사]
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는 이번 여론조사의 목적에 대해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국민이 광고총량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며 “미디어 관련 정책에는 국민이 배제돼선 안 되고, 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을 고려해야 하는 당위성 때문에 조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학계 역시 방송이나 광고 정책을 세울 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수용자(시청자) 주권 혹은 복지인데 방통위가 이런 조사 없이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은 중대한 결함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광고총량제의 핵심 내용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즉, 광고총량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내용인 ‘광고 시간을 현행 프로그램 시간의 10%(60분 프로그램 기준 6분)에서 18%(9분)로 늘리는 것’에 대해 66.8%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은 33.2%였다. 특히 ‘광고총량제 도입의 결과로 광고 시청 시간이 늘어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데 불편할 것’이라는 응답은 78.1%에 달했다. 광고총량제 도입이 시청자 복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또 그동안 방통위와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총량제 도입을 위해 주장해온 근거들을 뒤집는 응답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방통위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광고총량제 도입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욱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1월 중순 메인뉴스를 통해 ‘한류를 이끈 지상파 방송을 위해 좋은 제작 여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한류는 물론이고 방송산업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광고 규제 개선 등 광고총량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1주일 가까이 내보냈다.
하지만 설문 결과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에 대한 의견 중 ‘방송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라는 항목에 53.0%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회의적 의견이 많았다.
○ “언론매체 균형 발전 필요 92.8%”
반면 그동안 신문협회, 잡지협회 등이 주장해온 언론매체 균형 발전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 의사를 나타냈다. 신문협회 등은 그동안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 TV로 광고가 쏠리면서 신문 잡지 유료방송 등의 광고를 급속하게 빨아들이는 현상이 발생해 언론매체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방송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TV에만 광고가 집중돼 다른 언론매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라는 항목에 55.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 92.8%는 ‘언론매체가 사회적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문 방송 뉴스통신 인터넷신문 등 다양한 언론매체들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은 방송 광고총량제의 핵심 내용을 반대하면서도 도입에는 찬성한다는 응답(53.4%)이 반대한다는 응답(46.6%)보다 다소 높았다.
언론진흥재단은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들은 (일반적인) 광고의 경제적 효용과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광고가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데 회의적이고, 광고가 많이 늘어나는 것엔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며 “제도적 차원에서 광고시장의 확장이 필요하다면 매체 균형 발전을 위한 공동의 혜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방통위가 국민의 여론을 다시 확인해 보고 광고총량제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