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시도교육감협의회서 ‘무상급식 정부지원’ 부결된 속사정은
이 개정안은 현재 ‘수혜자 부담’이 원칙인 급식을 ‘국가 부담’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급식 예산 중 50∼70%를 차지하는 식품비를 국가 부담으로 명시하고 나머지 인건비, 시설비 등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부담토록 한 것. 겉으로 보기에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이니 교육감들로서는 이견이 나올 이유가 없어 보였다. 특히 당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삭감으로 이 문제가 전국적으로 비화돼 자칫 무상급식 정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교육감들 사이에서는 팽배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처한 사정이 달라 한목소리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논의 도중 교육감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적은 부담을 지고 있는 교육청은 오히려 부담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개정안대로 국가가 전부 부담하면 좋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국가, 지자체, 교육청 등 3자 부담으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적게 내던 교육청이 더 많이 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담 비율이 적은 곳은 대전시교육청(37.8%), 충남도교육청(46.0%), 세종시교육청(52.1%) 등이다. 상대적으로 지자체가 더 많은 예산을 부담한 것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2010년 염홍철 당시 대전시장이 의욕적으로 무상급식을 시작했고 이후 시장과 교육감이 바뀌어도 합의를 지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담 비율이 적은 교육청들은 되도록 현재 상태가 변하지 않고 유지되길 원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국가 의무로 바꾸면 누리과정처럼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 국가 시책으로 확대하고 규모를 늘렸지만 현재 예산은 전액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는 체제다.
특히 선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일부 교육청은 예산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무상급식 법 개정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령 학생이 100명인 지역에서 저소득층 30명에게만 선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면 국가 부담으로 바뀌면 100명이 전부 급식을 지원받는다. 만약 누리과정처럼 시행 과정에서 예산 부담이 교육청으로 넘어오면 교육청 입장에서는 예산 부담이 30명분에서 100명분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마다 처지가 달라 앞으로도 무상급식에 관해서는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