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우연의 일치일까.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이 되는 올해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제2의 중동건설 붐’의 주연배우로 떠오르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의 1차 중동 붐 주역은 대기업이었던 상황과 대비된다.
과거 오일쇼크로 극한의 위기를 넘기던 그 시절, 중동의 오일달러는 우리 경제의 ‘생명줄’이었다. 달러를 벌기 위해 처자식을 뒤로하고 열사의 땅으로 떠난 억척스러운 가장들의 행렬은 불과 얼마 전 우리의 이야기였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세일즈 외교를 계기로 일고 있는 ‘제2의 중동 붐’은 과거에서 한발 더 나간 모습이라 더욱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1970년대 중동 붐이 우리 기업들의 근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건설에 치우친 것이었다면 이번 제2 중동 붐은 한국의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한 정보통신, 금융, 헬스케어 등으로 다양화됐다.
특히 몇몇 대기업이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이 활발한 세일즈 활동을 펼친 점이 특징이다. 페르시안 양탄자의 원조인 중동에 양탄자를 수출해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라비아 전통 문양을 새긴 도배지로 중동에 우리의 도배문화를 알리고 있는 중소기업도 있다.
중동을 향한 중소·중견기업들의 도전에 ‘무역보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중동 지역에 진출한 중소·중견기업에 지원된 무역보험은 1조28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5%나 증가했고 이번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얻은 결실도 풍성했다.
특히 무역보험공사는 이번 대통령 중동 순방을 계기로 쿠웨이트 발주시장의 ‘큰손’인 국영 석유공사와 우리 기업의 현지 프로젝트 진출에 20억 달러 규모의 무역보험을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대기업에 이어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열정이 중동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