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50년, 기적의 현장을 가다]<2>삼성물산, 인도 ‘월리타워’
인도 뭄바이 중심지에서 삼성물산이 86층, 65층 2개 동으로 짓고 있는 주상복합빌딩 ‘월리타워’ 공사 현장. 삼성물산은 이 공사의 기획·설계, 기술 타당성 분석, 공기 산정, 공사비 산출 등을 발주처에 먼저 제안해 2011년 7월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물산 제공
2010년 2월 인도 델리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아메드 압델라자크 삼성물산 부사장은 현지 부동산개발사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인도 뭄바이에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발주처가 사업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전에 삼성물산이 먼저 움직였다. 기획·설계뿐 아니라 기술 타당성 분석, 공기 산정, 공사비 산출까지 역으로 제안해 발주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사비 5억900만 달러(약 5600억 원)에 이르는 인도의 초고층 빌딩 ‘월리타워’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 고객에게 먼저 가치를 제공하다
2011년 7월 삼성물산이 수주한 월리타워는 인도 뭄바이 중심지에 86층과 65층 높이의 주상복합빌딩 2개동을 건설하는 공사다. 규모가 작지 않은 데다 국내 건설업체로서는 신시장으로 분류되는 인도에서 거둔 성과라 건설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비경쟁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한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건설하면서 초고층 빌딩 부문에서 얻은 탄탄한 명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먼저 제안해 수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서 6억7800만 달러(약 7480억 원) 규모 다이섹(DAICEC) 초대형 복합문화시설 공사를 수주할 때도 월리타워와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 뭄바이 중심부 상업지역 7만5000m² 용지에 컨벤션센터, 전시관, 극장 등 복합 문화시설 4개 동을 짓는 공사다. 부동산개발업체가 “인도 최대 컨벤션센터가 될 프로젝트를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갖춘 회사가 맡길 바란다”며 삼성물산에 러브콜을 보냈고 삼성물산은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기획부터 공사까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했다.
○ 세계의 지붕을 높이다
각국의 초고층 빌딩은 그 나라의 상징으로 통한다. 초고층 빌딩 전망대는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삼성물산이 시공한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2010년 1월 완공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는 162층, 높이 828m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축물이다. 이 밖에도 1998년 말레이시아 최고층 건물인 페트로나스 타워(88층, 452m·1998년 완공), 대만 최고층 건물인 ‘타이베이 101’(101층, 509m·2004년) 등도 삼성물산의 작품이다.
지금도 삼성물산은 세계 곳곳에서 랜드마크 건물을 짓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64층, 290m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인 ‘탄종파가르 센터’가 대표적으로 2016년 완공되면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기록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265m, 58층 2개동과 251m, 57층 1개동 등 총 3개동의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인 ‘스타 레지던스 빌딩’을 시공하고 있다. 2019년 8월 완공되면 말레이시아 주거시설로는 최고층이 된다. 몽골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인 샹그릴라 호텔 복합개발 프로젝트(최고 34층)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해외에서 지난해 8조 원보다 25% 증가한 10조3000억 원을 수주할 계획”이라며 “진입 장벽이 높은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