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한 카페에서 청년들과 모임을 가졌다. 일부 청년단체 회원들이 영화 ‘친구’의 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를 패러디한 팻말 “청년들을 중동으로 보내라니, 니가 가라”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1970년대 건설근로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술 오락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중동에서 사막의 열기와 싸우며 돈을 벌었다. 그 시절 청와대에서 살았던 박 대통령이 ‘중동 가라’는 말을 할 때는 근로자 가족들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대면보고가 너무 없다’는 기자의 비판에 배석한 장관들을 돌아보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져 웃음을 끌어냈다. 그러고는 기자를 향해 “청와대 출입하시면서 내용을 너무 모르시네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기자의 날 선 질문을 유머로 받아넘겼다고 찬사를 보낸 이도 있었지만 그때 장관들이 웃는 것 말고 무슨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