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교수 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
모든 국제사안에 상호공존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 통합주의 또한 해답이다. 아세안(ASEAN)을 통한 선린외교, 국제기구와 다자안보 체제에 적극 참여 등은 철저한 실용외교의 계산하에서 펼쳐진 것이다. 동남아지역에서 강대국 간 충돌 가능성의 헤징(hedging)과 세력균형(balancing)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다. 페드라브랑카 섬의 영유권을 놓고 말레이시아와 영토분쟁을 겪으며 리콴유가 지시한 바는 “국제관계에서 법의 지배를 끝까지 지지하고 서로의 국민감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국제재판에 빨리 회부하라”는 교지였다.
리콴유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철저한 법치주의 전통을 수립했다. 은행계좌 하나 여는 데도 싱가포르에 주소지를 마련했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대학교수의 해외출장비 정산에도 증빙 영수증을 통해 몇 번씩 검증한다. 싱가포르에서 엄청난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데도 금융사고 한번 나지 않는 이유고, 몇 개 안되는 싱가포르 대학이 모두 아시아 최고인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 나라라야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리콴유 철학의 결과다.
스스로의 정책결정 체계조차 건설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나. 글로벌 체제에 국민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대외개방, 경제통합을 적대시하는 문화전쟁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지율을 올리려는 정치세력, 즉 리콴유가 지적하는 ‘못된 소수(willful minority)’가 유난히 많은 나라. 21세기 한국이 수행할 중요한 역할은, 이러한 모든 사회적 금기와 변화에 대한 저항을 리콴유식 의식개혁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는 일이다. 차이는 권위주의적인 리콴유 방식이 아니라 가장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 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