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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뒤이어 서해로 간 해병 “지켜야죠, 어떤 바다인데…”

입력 | 2015-03-26 03:00:00

[천안함 폭침 5주년/잊지 않겠습니다]
故이용상 하사 동생 이상훈 상병




얼굴 가득 여드름 났던 소년이 ‘군인 아저씨’ 소리를 들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청년이 된 소년은 2010년 3월 26일 그날 이후 5년 동안 가슴 한편에 늘 형을 품고 있다. 지난해 1월 “형처럼 바다를 지키겠다”는 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한 이상훈 상병(21·사진) 얘기다. 이 상병의 형은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고 이용상 하사(당시 22세)다.

가슴에 품은 형 20일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에서 이상훈 상병(21)이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친형 고 이용상 하사와 생전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김포=최혁중 기자 ajinman@donga.com

입대 후 1년이 훌쩍 지난 20일 경기 김포시의 해병대 2사단에서 만난 이 상병은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상병은 매일 반복되는 훈련으로 근육량이 증가해 체중이 늘어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단단한 체형이었다. “형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입대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느냐”는 첫 질문에 이 상병은 “입대 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형도 이런 훈련을 받았겠구나 싶어 형이 더 잘 이해되는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행군할 때면 이 상병은 형과 더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끝나지 않는 행군로를 완전 무장한 채 걸을 때면 ‘형도 힘든 이 길을 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상병은 여섯 살 나이 차 때문에 사실 형과의 추억은 별로 없다. 이 상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다. 형도 이 상병과 번갈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래서 이 상병은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해 보지 못한 게 안타깝다. 지난해까지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던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이 상병에게 형은 아직 군복무를 하고 있어 곧 휴가를 나올 것만 같은 존재다.

“두번 당하지 않는다” 천안함 쌍둥이 함정 사격훈련 천안함 폭침 5주년을 이틀 앞둔 24일 서해 덕적도 인근 해역에서 열린 해상기동훈련에 참가한 해군 2함대 소속 신성함의 76mm와 40mm 함포가 불을 뿜고 있다. 신성함(1200t)은 천안함과 동급의 초계함이다. 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상황을 가정해 실시된 이번 훈련은 천안함 용사들이 피로 지킨 영해를 사수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서해=사진공동취재단

5년 전 그날은 이 상병에게 선명하게 기억된다. 금요일이었던 그날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이 상병은 귀가 후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고, 일상적인 밤이었다. 오후 10시경 속보로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천안함 침몰’이라는 자막이 뜨기 전까지는 그랬다. 옆에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던 이 상병의 어머니는 “용상이가 저 배에 타고 있다”며 울부짖었다. 그때는 그 오열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질지 이 상병은 몰랐다.

입대할 당시 “자식을 삼킨 바다에 또 자식을 보낼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어머니는 요즘 들어 “자랑스럽다”고 이 상병을 격려한다. 지갑에 늘 갖고 다니는 가족사진 속 형의 미소를 볼 때면 가슴이 아리지만 형 덕분에 바다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만 아직도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라는 유언비어가 떠도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앞으로 남은 군 생활은 7개월여.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군 생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게 꿈인 이 상병은 “형의 죽음과 천안함 폭침의 진실을 알리는 게 내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천안함 사건이 잊혀지지 않게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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