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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우생순’도 무럭무럭”

입력 | 2015-03-26 03:00:00

亞제패 여자핸드볼 임영철 감독
“차포 떼고도 세계선수권 티켓… 원선필-강은혜 보기드문 신예”




여자핸드볼 대표팀 임영철 감독(55·사진)은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훈련으로 말하고 결과로 얘기하길 좋아한다.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빠졌을 때도 좀처럼 전력 탓을 하지 않는다. 남아 있는 선수들로 최상의 전력을 이끌어내면 된다는 지도 철학을 갖고 있다. 그 대신 훈련은 지독하게 시킨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독사’다.

하지만 23일 끝난 제15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임 감독은 걱정을 많이 했다. 마지막 ‘우생순’(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주역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멤버로 지난해 대한핸드볼협회로부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우선희(삼척시청)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주포인 류은희와 김선화(이상 인천시청)도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차포’를 떼고 대회에 나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임 감독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핵심들의 공백을 메운 정유라(대구시청), 이은비(부산시설공단) 등이 숨겨 놓은 기량을 맘껏 과시했기 때문이었다. 정유라는 일본과의 조별리그에서 12골, 중국과의 4강에서 7골을 터뜨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신예 원선필(인천시청)과 강은혜(한국체대)도 펄펄 날았다. 협회 관계자는 “184cm 91kg의 강은혜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체형이다. 히트 상품이 나왔다. 유럽 선수들과 맞붙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고 아시아선수권에서 12번째 우승을 일군 대표팀은 12월 덴마크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출전권도 따냈다. 임 감독은 “주력 선수들이 빠졌어도 바라던 ‘색깔’이 나왔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 기용의 폭이 훨씬 넓어지게 됐다”며 만족해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