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수사 경찰 ‘공권력 집행’ 잡음 시민 “과잉 대응이다”… 경찰 “우리도 할말 있다”
23일 서울 중구 길거리에서 오토바이 절도 피의자로 오인받은 A 씨(오른쪽 검은색 상의·화살표)가 경찰의 검문에 반발하고 있다(왼 쪽 사진). 급기야 A 씨(나무 오른쪽 윗부분·화살표)가 경찰에게 “맞짱을 뜨자”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 제공 동영상 캡처
오토바이가 도난당했다는 112 신고가 23일 오후 4시 46분경 접수됐다. 서울중부경찰서 을지지구대 양모 경위(46)와 이모 경장은 신고 내용과 유사한 오토바이를 발견했다는 공조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양 경위는 번호판도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A 씨(20)에게 5분간 신분증과 오토바이 등록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며 오토바이 소지 경위를 물었다.
하지만 A 씨는 양 경위에게 “나는 도둑이 아니다. 맞짱 뜨자”며 지갑을 바닥에 던진 뒤 상의를 벗어 던지고 권투 자세를 취했다. 양 경위는 수갑을 꺼내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A 씨는 주먹을 휘둘러 이 경장이 들고 있던 삼단봉을 쳐서 떨어뜨렸다.
경찰은 검거를 방해한 B 씨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고 이에 거세게 항의하는 B 씨의 아들(21)도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이날 오후 6시 반경 A 씨는 절도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출동 경찰이 과잉 대응한 것 아닌지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에는 ‘경찰은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불심검문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경찰이 ‘범행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다 오인으로 판명 나면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을,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문제가 생기면 “경찰은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달 5일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피의자 김기종 씨(55)를 보고도 출입을 막지 못하자 왜 ‘요주의 인물’을 적극 차단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이유가 있다면 무고한 시민이 대상이더라도 정당한 법 집행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범행이 의심돼 불심검문을 하면 협조하는 게 상식이다. 경찰에게 욕을 하거나, 권투 자세를 취하는 것은 공권력에 대한 협박이고 폭행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