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포니
팀장과 동료들을 만나는 첫날. 기대만큼이나 긴장이 됐다. 7월의 서울 날씨는 후텁지근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도 땀이 흘렀다. 곧 여러 명의 팀 동료를 소개받았다. 이름과 얼굴을 익히기까지는 몇 주 정도 걸릴 것 같았다. 사실 대리, 과장, 부장 등의 직책이나 존칭을 쓰는 게 어려웠다. 회사 생활은 점점 익숙해져 갔지만 몇 주 동안은 동료와 상사들을 부를 때 이름만 부르고 존칭은 어물쩍 넘기기도 했다. 업무와 관련된 어휘들 또한 한국어학당에서 익힌 것과는 많이 달라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직장 동료들과 한국말로 계속 대화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한국어는 눈에 띄게 늘었다. 인턴을 시작한 지 단 한 달 만에 전문적인 내용도 한국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에 없는 존칭들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직장 상사와 직원들의 관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마지막 날 나는 팀원들 앞에서 한 달간의 성과를 한국말로 45분간 발표까지 했다.
한국에서도 인턴십을 경험하면서 한국 대기업의 직장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그중 의문점으로 남는 것이 있다. 공장 같은 회사 분위기가 그 첫 번째. 일의 양에 비해 직원 수가 다소 많은 것 같았다. 직원들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러는 ‘척’하는 시간도 적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자주 야근을 했다. 인턴인 나는 다행히 야근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 야근은 직장인 친구들이 제일 많이 불평하는 것 중 하나다. 불필요한 야근 문화 때문에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효율적인 근무 습관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야근은 되도록 권장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열정페이’ 등 인턴십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많은 걸로 안다. 하지만 나는 대학 혹은 대학원 시절에 본인이 머무는 나라에서 인턴십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만약 졸업 후 무엇을 할지 정확히 결정하지 못했다면 인턴십을 통해 내가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일이 내게 맞고 안 맞는지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학교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을 더욱더 많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는 단순히 영어교사 등 외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닌, 특정 전문기술을 가진 사람들도 공부를 위해 혹은 직장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올 것이다. 한국 회사들이 글로벌 경쟁시대인 오늘날에 발맞춰 외국인 인턴과 근로자를 적극 고용했으면 좋겠다.
한국에 온 유학생들에게 한국에서 인턴십을 경험해볼 것을 제안한다. 한국 문화를 더 깊게 알고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벤 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