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부산시립미술관 앞뜰에 2층 규모 ‘이우환 공간’ 10일 개관
야외 설치작품 등 20여점 전시
공간 현장을 방문해 작품 설치작업을 직접 하고 있는 이우환 화백.
다음 달 10일 부산시립미술관 앞뜰에 문을 여는 ‘이우환 공간’ 전경. 그의 철학이 투영된 공간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은 “다음 달 10일 해운대구 우동 부산시립미술관 앞뜰에서 세계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이 화백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의 개관식을 갖는다”고 26일 밝혔다.
부산시는 2011년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옛 미군 하얄리아부대 터를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키로 하면서 공원 안에 이 화백의 미술관 건립을 구상했다. 조일상 부산시립미술관장 등 관계자들은 2011, 2013년 두 차례 일본에 있는 이 화백을 찾아 부산 시민들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 화백은 선뜻 응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나 현장을 방문해 건물 높이를 1.8m 낮추고 내부벽체 이동, 마감자재 결정 등 공간설계부터 작품설치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5년 만에 결실을 본 미술관은 개관식 후 시민에게 무료로 공개된다.
이 공간을 만드는 데 들어간 사업비는 47억2000만 원. 연면적 1400.83m²에 지하 1층, 지상 2층이다. 지상 1, 2층은 전시공간. 1층은 ‘관계항’ 등 조각 작품 중심으로, 2층은 ‘대화,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등 그림이 대부분이다. 그의 대표작인 관계항은 깨진 유리판 위에 커다란 자연석을 얹은 것. 동양사상과 현대미술을 융합한 독창적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야외에도 두 점의 설치작품이 전시된다. 1960년대 초기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작품 22점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작품은 오브제 자체가 아니라 주위 공간과의 관계에 의해 열리는 여백’이라는 작가의 철학이 투영된 미술관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다.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서울대 동양화과를 중퇴하고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전위 예술운동인 ‘모노하(物派)’의 이론과 실천을 주도한 인물. 일본 니혼(日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벨기에 왕립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베를린 국립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 ‘이우환: 무한의 제시’를, 지난해 베르사유 궁전에서 대규모 조각전시회도 개최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