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은 지성에서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 카르타고인보다 못했다. 하지만 어떤 민족보다 장수했다. 그 비결은 개방성에 있었다. 로마는 다양한 민족을 담아내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로마는 로마를 위해 땀을 흘리거나 피를 흘리면 출신지에 관계없이 로마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개방된 플랫폼 위에서 로마의 교육, 경제, 전쟁의 경쟁력은 나날이 발전했다.
이처럼 플랫폼이 발달하면 열린 혁신이 일어나면서 국가와 조직의 경쟁력이 강해질 수 있다. 플랫폼이란 쉽게 말해 생태계 구성원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이다. 사람들이 모여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열린 공간이다. 그래서 플랫폼이 많을수록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기업과 사회가 발전한다.
플랫폼을 육성하는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의 앱스토어다. 외부 개발자는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를 배포하고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구입하며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개발자가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을 마음대로 앱스토어에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발자들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놓고 사전에 애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애플이 협력 관계를 맺은 소수의 회사만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폐쇄정책을 폈다면 지금처럼 풍성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심사 없이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완전 개방 정책을 폈다면 양은 많지만 질이 낮은 콘텐츠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을 것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