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한 TV 프로그램의 앵커(신율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논란이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있다는 패널의 한탄 끝에 나온 말이다. 시사평론가 박상병 박사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드 배치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수는 지지, 진보는 반대, 새누리당 내부의 친박은 반대, 비박은 지지로 나뉘고 있는 것 같다’며 질타하자 사회자가 친박이 진보냐고 되물은 것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불거져 나온 사드 논란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정부가 한중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고려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온 이슈에 대해 집권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불을 지피고 최근엔 김무성 대표마저 가세한 형국이다. 특히 김 대표는 24일 한국해양대 토크쇼에서 사드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드 논란이 마치 안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까닭이다. 지금이 그런 시대일까.
2월 25일부터 3월 25일까지 한 달 동안 트위터, 블로그, 뉴스에서 사드를 언급한 문서는 모두 6만7431건이 검색됐다. 폭발적이라고 볼 순 없지만 외교안보 이슈로는 꽤 많은 언급량이다. 이슈의 지속성도 상당한 데다 논란의 불씨가 커 폭발성도 갖고 있다. 3월 10일경 새누리당에서 공론화를 시작하면서 언급량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3월 17일 중국의 비판적 태도에 대한 국방부의 반박 논평이 나오면서 일일 언급량(6968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중 외교적 마찰 움직임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사드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미국(1만6199건), 2위는 중국(1만4906건), 3위는 한국(1만1042건), 4위는 북한(4622건)이었다. 사드가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뒤얽힌 민감한 외교 문제임과 동시에 북한의 핵무기에 대비하는 안보 문제임을 정확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5위는 대사(3980건)가 차지해 사드 논란이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불거졌음을 말해주었다.
6위는 3968건의 주한미군이 차지했다. 주한미군이 후보지로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를 낙점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언급량을 늘렸다. 7위는 3259건의 안보가 차지했고 9위는 3074건의 외교가 차지했는데 안보와 외교가 팽팽하게 맞섰다고 볼 수 있다. 8위에는 3248건의 핵이 올랐다. 사드 배치 필요성으로 북한 핵이 많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10위엔 2819건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올라 사드를 둘러싼 논쟁이 경제문제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즉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대신 사드 배치의 양해를 얻자는 구상이 회자된 것이다. 정치권, 특히 여당 안에서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현실도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정리될 수 있을까.
사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히 꽤 뜨거운 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은 트위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모습들도 뜬금없습니다. 사드가 칼부림 테러 막는 시스템입니까? 사드 실효성은 확인됐나요?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경제는요?”라고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고, 서울 관악을에 출마 선언을 한 변희재 씨는 “중국이 사드로 시비 걸면, 우린 김일성 탱크도, 김정은 핵폭탄도 막아낼 힘이 없다. 한미방위조약에 근거, 미국이 배치하겠다면 군사동맹국으로 당연히 함께하는 거니 억울하면 미국에 직접 따져라”라고 주장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